예수 - 8점
존 도미닉 크로산 지음, 김기철 옮김/한국기독교연구소

SBS 4부작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 첫 방송에 등장한 인터뷰 대상 가운데 '이 사람'까지? 하면서 경이를 갖게 한 명성이 있는 학자의 글을 지금에서야 몇 줄 읽었다. 명성이라고 하는 것이 이 사람 하는 이야기는 다 맞고 환영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 학자의 연구의 폭이나 노력에 대한 경이에서 오는 명성이라고 하면 딱 맞을 거다.
사실 이 책을 잡게 된 것도 점잖고 품위있는 그의 외모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한 그의 태도에서 비롯된 거다. 적어도 학자적인 겸손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소위 지저스 세미나로 알려진 역사적 예수 연구의 기초를 놓은 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예수는 농부였으며 절대 평등의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혁명가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요체다.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그의 방법론은 교차문화적 접근을 통해 당시 사회를 재구성하고 재구성된 사회 속에서 가장 개연성 높은 예수의 실존을 그려내는 데 있다. 이렇게 밝혀낸 역사적 예수와 내가 지금 고백하는 그리스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변증법적 순환이 그의 연구가 의미를 얻는 자리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각각이 고백하는 역사적 예수들과 그리스도들의 변증법이란!

그의 논지를 변호하기 위해 그는 여러 역사적(?) 문헌들을 비교 고찰하여 성서의 증언을 신화 혹은 극화된 이야기로 간주한다. 백보 양보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가 선택한 역사적 문헌들의 가치를 높히 판단한 것이 그의 자유이듯 성서의 증언을 특히 복음서의 증언을 예수 실존의 역사에 근거한 이야기라고 믿는 나 역시 같은 논리에 근거해서 복음서를 믿는다.

사회변혁적인 농부로서의 예수 상은 분명 안일한 저 세상 신앙을 가진 우리에게 무거운 도전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혁명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복음서의 권위를 너무 격하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일면 그의 성서 분석에 공감하면서도 가끔은 논지 변호를 위한 억지스런 주장 때문에 눈살이 찌푸러든다.

도마복음의 증언에는 무게를 두면서 그 보다 앞서 기록되고 교부들이 정경으로 인정한 복음서의 기록을 가볍게 처리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단지 정치적인 암투로 정경화과정을 설명하지 않으면 모를까.

하나님의 현현이신 역사적 예수를 믿는 신앙행위가 기독교 신앙이라고 그는 정의한다.
역사적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그에게는 무엇을 의미할까?
예수가 농부였고 혁명가였다는 믿음? 유대적 견유학파의 수장? 도심이 아니라 농촌 지역을 순회하면서 공짜로 병을 고쳐주는 순회 보건소장이었음을 믿는 것을 의미할까?
절대적 평등이 구현되는 상태가 하나님 나라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터다.

그냥 괜히 그에게 신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역사적 예수의 무엇을 혹은 어떤 측면을 '믿는다'고 하는 것인지.

전문적인 분석과 글로 사뭇 지루해질 수 있는데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에필로그 정도만 읽어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에필로그 전에 그의 고백대로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을 아주 잘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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