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와 함께하는 기독교 여행 - 8점
톰 라이트 지음, 김재영 옮김/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이 책을 접한 것은 2007년인가 2008년 봄에 미국의 칼빈신학교에서 있었던 톰 라이트 강연 mp3를 접하고 나서이다. 알듯말듯 쏟아내는 그의 강연을 듣고 눈으로 확인하자고 찾아 읽은 책이다. 원제는 Simply Christian.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쉽게 풀어쓴 기독교 변증서이면서 기존 신자에게는 교정서이기도 하다.
책에서 읽었는지 강연에서 들었는지 가물가물 한데 1950년대 변증서로 널리 읽힌 C. S. Lewis의 Mere Christianity(순전한 기독교)의 21세기 판이라는 별명이 따른다.

변증서라고는 하지만 사실 기독교에 문외한인 경우는 읽기가 어렵다. 처음 몇장은 나름대로 비신자를 고려하면서 글을 쓴 흔적이 드러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노골적으로 신자용 서적으로 바뀐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루이스가 제기한 공통의 관심사는 "도덕" 혹은 "윤리"였다. 윤리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물으면서 필연적으로 하나님이 계셔야 한다는 식의 논증을 시도했고 그것이 주효했다.
톰라이트가 파악한 관심사는 "정의" "영성" "미학"이다. 이 단어들만 보아도 21세기적이다. 이 가치들의 기원을 추적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거론한다. 여기까지의 논증은 루이스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성서학자다운 그의 면모는 성서를 이해하는 세계관을 바로잡으려는 그의 노력에서 발견된다.

그는 세상을 이해하는 세계관을 크게 범신론, 이원론, 유대적 세계관으로 구분하며 유대적 세계관의 독특성을 놓치면 기독교의 정수에 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유대적 세계관은 무엇인가? 유대적 세계관은 하늘과 땅이 분명 객체로 존재하면서 분리되지 않고 현재에 섞여 있다고 믿는 세계관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현존은 저 멀리 있는 '하늘'에서만 맛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지금 여기서 누리를 수 있는 현존이다.
예수 역시 이런 세계관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는 거다. 비록 완성되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지금 여기에서 구현되고 있는 중이라는 거다. 현재도 미래도 과거도 유대 세계관에서는 같은 비중으로 중요하다. 지금 이땅이 버릴 곳이 아니라 악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새로운 창조를 통해 변화시킬 땅이기에 예수는 이 땅을 버리고 저기 가나안을 보며 나아가자고 권면한 것도 아니고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 나라가 오도록 우리를 세우셨다는 거다 . 하나님이 이 땅에서 원하시는 것을 가장 분명하게 아신 분이 예수이시며 그 분의 부활을 통해서 새롭게 변화될 이 땅에 대한 소망을 붙잡게 되었고 이를 위해서 2000년이 넘도록 기독교인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 공동체는 그렇게 새로운 창조를 위한 소망을 확인하는 자리이며 끊임없이 하나님의 비전으로 갱신되는 자리여야 한다.

공감한 그의 비유는 강과 나무의 비유이다. 그는 기독교가 강과 나무라고 한다. 강이 많은 지류들이 모여 강으로 흘러들고 바다로 가듯이 여러 다양한 형태의 신앙을 보여주면서 결국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 하나의 소망으로 수렴되어지면 동시에 나무와 같이 뿌리는 같지만 여러 가지들이 나오고 그 가지들에서 그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런 수렴과 분리의 변증 속에서 기독교는 성장했고 자랐다고 말한다. 얼마나 멋진 이야기인가.
큰 그림 속에서 기독교가 그렇다고 하면 작은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역시 강과 나무의 양면적 모습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지금 내가 경험하는 기독교는 다양성은 말살되고 오히려 단일성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것은 그의 이러한 통찰과 교회에 대한 강조가 무색하게 영국 교회의 교세나 기독교 인구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렇게 훌륭한 신학자들이 포진한 영국인데 교회에 나와서 실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경축하는 사람들을 극히 적다니...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두려운 생각도 든다.
교회와 신학의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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