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 8점
브레넌 매닝 지음, 윤종석 옮김/복있는사람

언제인지도 구입한지도 모른 채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 신뢰.
브레넌 매닝의 글은 처음보는데 영성신학자의 글이라서 그런지 글이 부드럽기는 한데 다소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원제인 "ruthless trust"는 다소 역설적인 단어의 조합임이 분명한데 매닝은 "ruthless"의 의미를 자기연민에 대해 가차없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신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힌다. 자기연민은 신뢰의 적이라 한다. 신뢰는 자기의 부족한 모습 그대로를 수용하시는 하나님을 수용할 수 있는 용기(틸리히의 정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진정한 신뢰는 지난한 길임을 밝힌다. 고통과 고난이 난무한 삶 가운데서 하나님을 신뢰하기란 쉽지 않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가봇(Gabot)을 경험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야만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입이 내 상황 가운데 일어나지 않아도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고 하기를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적극적인 개입해 주실 것을 바라는 데 있다면 처음부터 변질된 신뢰의 길을 걷게 된다고 한다.

신뢰는 하나님 체험을 바탕으로 나의 상황을 수용한다. 수용한 상황 가운데서 약속에 대한 소망을 갖는다. 만일 신뢰가 하나님의 개입을 가정하는 것이라면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죽으시면 안된다. 신뢰의 모범이신 예수께서 십자가에 누우시기 전에 하나님은 개입하셨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뢰는 십자가의 마지막 말씀에서 꽃을 피운다. "내 영혼을 당신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신뢰는 믿음과 감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믿음이 신뢰와 동의어가 아닌가하고 묻는 사람이 있을 텐데 매닝은 신뢰는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을 포함하기 때문에 '내가 하나님을 믿는데 소망이 없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신뢰의 삶을 사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로 감사의 삶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용납되었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자각이 감사의 삶을 살게 한다.
둘째로 현재의 나를 하나님의 선물로 인식하며 '현재 여기'를 살아간다.

미래의 강박에 쫓겨 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초월성에 대한 자각이라고 말하는데 '침묵'에서 끌어 올리는 영성을 잃고 살기에 더욱 미래의 강박에 쫓기며 신뢰의 삶을 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며 현재이다.
지금의 일을 충실히 하는 것에서 감사의 의미를 찾고 하나님의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일이 내일의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일 자체로써 만족할 수 있는 상태가 하나님을 진정으로 신뢰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이 모든 신뢰의 길이 어떻게 가능한가?
기도다. 무엇보다도 듣는 기도... 하나님의 가봇을 경험하는 기도...

분주한 삶 가운데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의 시간을 떼어놓는 결단으로 부터 신뢰의 길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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