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과 함께 가라"
제목은 다소 진부한 종교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몇번의 지인의 추천이 있었고 독일영화라는 독특한 태생적 배경때문에 제목만큼 진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던 차에 교회 다녀와서 취침용으로 보았다.

처음 장면부터 펼쳐치는 고색창연한 수도원 장면과 어울어진 남성4중창의 화음이 눈과 귀를 사로잡더니 내내 수도사들의 내면에 이입이 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바티칸에서 파면당한 수도회에 소속되어 노래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수도회의 신념을 지키던 세 명의 수도사들이 우르바노의 규정집을 이탈리아에 있는 같은 수도회 소속의 수도원으로 옮기는 과정 가운데 경험하는 갈등과 회귀를 코믹 터치를 가미하여 그려냈다.

엄연하게 이 영화는 장르상 코메디요 로드무비로 분류되어 있는데 내 삶의 자리가 세 명의 수도사의 것과 닮아 있어 코메디로 느껴지지 않는 엄숙함이 있었다.

각각의 수도사들이 시간관념과 우리 시대와 동 떨어진 수도원에서 나와 흔히 속세적 문화 혹은 일상을 경험하면서 겪게 되는 유혹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수십년 간 보지 못했던 어머니를 만나 함께 살고픈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 상정이고 평생을 수도회의 고서들과 씨름했던 베노 수사가 소실된 줄로만 알았던 자료들을 만나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퍽 큰 유혹도 아니고 일탈도 아니다. 가벼운 잣대를 들이 밀면 태어나면서부터 수도원에서 자라나 이성에 대해 아무런 느낌을 가지지 못했던 아르노 수사가 노정 중에 만난 키아라와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것 정도가 일탈이라면 일탈일까.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참는 것으로 정평이 난 내가 아내가 놀랄 정도로 눈물을 흘린 것은 베노 수사의 본연의 길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아르노와 까실로 수사가 베노 수사가 터를 잡은 신학교의 미사시간에 부르는 찬양을 들을 때였다. 베노가 그토록 좋아하는 고서와 악보가 가득한 신학교에서 파문당한 수도원의 수사로서 그들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화성의 찬양을 부르는 것은 이단적이기까지 한 일이지만 베노는 앉아 있던 교수석에서 참고 있던 입을 벌려 화음을 맞추어 간다. 그렇게 그는 내가 원하는 일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찾아간다.

성과 속의 구분이 모호해진 지금, 성과 속을 구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지만 수도사와 같이 하나님을 섬기기로 작정한 내게는 성과 속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에서 직면하는 풀어야할 숙제이고 끊임없이 성을 향한 여정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를 되새겨야 할 자리이다.

신과 함께 가라는 아르노와 카실로의 찬양은 베노가 잠시 잊고 있던 생의 목표를 일깨워 주었다.
내가 가슴이 저린 부분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려 놓으면서 하나님에 대한 열심으로 나아가는 베노의 갈등이
매일매일 경험하는 나의 갈등과 닮아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면서도 속(secularity)과는 다른, 세인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 성(holiness)에 열심으로 행복해 하는 어린이와 같은 베노, 아르노, 까실로. 이것이 지금 갈등하며 갈등 중에 있는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 때문인지 울컥했다. 키아라조차 놀라 눈물을 흘려야 했던 아르노의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모습이 내가 가져야 하는 실존인데 늘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려드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어렵다.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한 번 더 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더 곱씹어 봐야할 대목들이 너무 많다.

신과 함께 가라...

덧붙임
국내용 포스터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
완전 3류 코믹 포스터를 만들어 놓고 이 영화를 상영했다니...
그래서 외국 포스터 사진으로 대체한다.

'시네마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레딕스(LES DIX)  (4) 2008.01.09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1) 2007.06.07
The Secret Sunshine  (2) 2007.06.01
뮤지컬 라이온킹을 보다  (4) 2006.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