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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겨울 뉴욕에 갔을 때 브로드웨이에 넘쳐나는 뮤지컬 가운데 하나를 추천하라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처음 보는 거면 Disney꺼를 추천한다는 얘길 들었다.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있던 Disney 뮤지컬은 "미녀와 야수" 그리고 "라이온킹"...

스토리는 미녀와 야수이고 라이온킹은 무대장치에 혀를 내두른다는 촌평을 듣고 미녀와 야수를 택해서 봤더랬다. 언젠가는 라이온킹을 볼 기회가 있겠지 싶어 돈도 돈이고 시간도 없어서 라이온킹은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드디어 기회를 잡은 것이 2004년 여름...런던에서 장기공연중이던 라이온킹이었다.

미녀와 야수를 보았던 감동을 되새김질해서 극장 앞을 기웃거리며 확인한 티켓 가격이 돈 십만원이다. 맥도날드 세트메뉴가 만원씩이나 하는 런던의 콧대 높은 물가에 비하면 그리 비싼 돈은 아니지만, 만원짜리 맥도날드 세트메뉴도 먹지 못하는 거렁뱅이 배낭여행자가 십만원을 들여 뮤지컬을 본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눈물 머금고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라이온킹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는 낭보~*^^*

롯데가 뮤지컬 전용관으로 지은 샤롯데극장의 오프닝 뮤지컬로 라이온킹이 공연된다니...

뒷조사 해보니 각 나라에 프로모션을 두고 장기공연을 하던 기획사 가운데 롯데가 가장 친한 척 할 수 있는 일본의 시키컴퍼니의 팀을 모셔왔다고...

처음 생긴 조선의 뮤지컬 전용관 오프닝 작이 브로드웨이 대작인데다가 팀은 일본팀이라니 뭐 상징적인 의미에 있어서 거시기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같던데 그정도 자존심이 있는 롯데였다면 놀이기구 탑승객을 하직시키는 엄청난 짓거리는 하지 않았을 거다.

뭐 돈버는데 존심이 어디있냐!

관객입장에서는 브로드웨이 대작을 35000원(C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찌질한 뒷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인 뮤지컬 감상을 몇 자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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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롯데의 무대는 대학로 소극장보다는 크고 예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다. 올망졸망하다는 표현이 적절할만큼 다소 답답해 보인다.

오프닝곡으로 채워진 무대는 라이온킹의 특수분장과 동적인 무대가 쏟아내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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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이 인터미션을 포함해서 3시간...

이 3시간동안 진부한 스토리 가운데 입혀진 상상초월의 무대장치와 특수분장으로 관객은 아프리카의 초원에 서 있는 착각을 하게 된다.

목적이 무대장치로 빛나는 라이온킹을 보러 간 거니까 스토리의 진부함은 참아낼 수 있었다.

전세계가 왜 라이온킹에 열광했을까?

뮤지컬이라고 하는 장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모르지만, 라이온킹은 뮤지컬을 넘어섰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종합예술적 성격이 두드러진다고 해야 하나?
라이온킹은 이미 뮤지컬의 동적 요소로 배우의 연기뿐 아니라 무대장치가 포함되어 있고, 배우들은 그저 진부한 동작이 아닌 발레의 요소와 인형극, 그림자 극까지를 아우르는 종합의 미를 보여준다.

에니메이션 라이온킹이 엘튼존의 OST로 유명세를 탔다면
뮤지컬 라이온킹은 가히 상상초월의 무대장치가 이를 압도한다 하겠다.

어쩌면 원곡 그대로 불러줬다면 또 다르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번역곡의 한계는 뭐 어찌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더 아쉬운 것은 배우의 연기야 차치하고 캐릭터와 목소리의 언밸런스가 너무 심하다.

쉰소리를 해대는 어린 심바...
갑자기 허스키로 변한 나라...
역할에 비해 가벼워보이는 무파사...
자칫 하면 이방 목소리로 들릴 스카...

프로그램을 사지 않아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래두 좀 아쉽기는 하다.

빌려온 무대장치가 고가이다보니 장기공연 모드로 갈 듯 한데,
좀 더 원숙하게 엘튼존의 곡들을 빛내줄 캐스팅이 있으면 좀 더 감동이 있을 것 같다.

뮤지컬을 보면서 저 배우 삑사리 나면 어쩌지하는 가슴졸임은 불필요한 관객의 부담이 아닌가?

너무 완벽한 걸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리지날 공연에서 흑인들이 메인캐스팅 된 사진들을 보니 무파사나 심바의 곡이 가질 풍성함이 더더욱 아쉬워진다.

기회가 되면 반드시 브로드웨이판 라이온킹을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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