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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 후기를 올린다.

이것도 사실상 구색맞춰서 극장에서 본 영화는 아니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가벼움 때문에 극장에 걸려 있었어도 다른 걸 봤을 거다.
대충 검색해보니 베스트셀러 소설을 극화했다는 제작노트...

역시 영화의 탄탄한 시나리오나 음조가 거져 나온 것은 아니었다.

난 왜 이 영화를 보고 소감을 적어보려 했을까? 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영화는 사회초년생인 안드리아의 관점에서 시종일관 진행된다. 그의 눈에 비친 사회,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그 이야기가 안드리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더란 말이다.

보기 좋게 도식화 하면,
프로페셔널 VS 아마추어, 혹은 완벽주의자 VS 낭만주의자의 구도를 보여주며
후자의 손을 들어 준다.

세상은, 적어도 우리가 사는 이시대의 세상은 프로페셔널이 사랑받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만능을 원한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프로페셔널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들의 삶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자신의 일상, 개인적인 관계의 망에서도 프로페셔널인가 물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이 영화에서 원숙한 카리스마 연기를 펼친 메릴 스트립의 경우도 분명 잘 나가는 잡지 "런어웨이"의 사장이며 보고 있던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자기 일에 대해서 놀라운 애정과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거듭 되는 이혼으로 인해 아이들이 받는 상처를 아파해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가진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선택하는 것은 프로페셔널이라는 허울로 만들어진 자기의 성이다.
그 성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으로 높아져 가고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지는 자기(spirit) 없는 허울의 성이다.

이러한 성의 논리에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있던 안드리아도 가랑비에 옷젖듯 설득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기의 이상, 자기가 없는 허울이 아닌 자기가 담긴, 그것이 소박하다고 할지라도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완벽주의가 아니라 살갗부대끼며 땀내음을 맡을 수 있는 아마추어의 길, 낭만주의적인 길을 선택해야 함을 깨닫는다.

유유상종, 근묵자흑이라던가!

프로페셔널한 자들 주변에 있으면 나도 인정사정 볼 것없는 프로페셔널이 되어 버리는 거다.

나는 아니라고 우겨도 소용없다.
아니라 우길 즈음이면 내 주변에 남은 사람들은 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경쟁자들 뿐일테니...

부러움의 자리였던 미란다의 비서직을 뒤돌아 보지 않고 박차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돈과 명예로 보상받는 천박한 프로페셔널한 삶이 아니라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는 아마추어의 삶이다.

아마추어로 살아간다는 것이 지금 이시대를 살아가는 데는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과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추어는 "무능력자"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지금, 안드리아의 모습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만, 그녀의 무모한 행동이 우리가 내심 바라는 일이 아니던가?

프로페셔널의 망령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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