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베낭여행(사실, 요즘은 베낭여행이 아니라 트롤리를 끌고 다니는 여행이지만)객들이 그저 듬성듬성 보이는 곳. 베를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베를린(Berlin)은 한 나라의 수도이므로
당연히 거쳐가야할 것 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유럽여행의 루트를 챙기다 보면 베를린은 찬밥이다.

남들 다 밟는 루트, 그러니까 공증된 최저비용, 최대효과의 루트에는 베를린을 포함시키기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베를린은 큰 맘먹고 다니러 가지 않으면 보질 않는다.

애초에 시작한 유럽여행의 루트가
일반적으로 짜는 그것과는 엉뚱하게 맘대로 댕기던 때라 나두 베를린을 찾았지, 안그랬으면 모...





내가 방 잡은 호스텔이 동물원 역(Zoologischer Garten)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첫날의 방랑은 역주변부터 였다.
역주변을 노닐다 보니 흉물처럼 서 있는 게르만적 색감의 성당을 만난다.
빌헬름황제기념 교회(Kaiser-Wilhelm-Gedaechtniskirche,1895)인가 그런데 1943년에 영국군의 공습에 이 꼴이 되었단다.
전쟁 싫다.




날씨도 멜랑콜리한데 쥔장 기분도 멜랑콜리해보인다.
집에 가고 싶어서 그런 건가부다.
뒤에 보이는 탑은 세계시간을 보여주는 탑~





도무지 정체를 모르겠다.
시청사는 아닌데, 분명 교회인데....
니콜라이 성당인가...
기억이 날리 없다-_-;





다른 건 몰라도 난 표지판 하나에 부리는 이들의 여유가 부럽다.
유치찬란 녹색 빨간색 일색인 우리네 네온과
정신없이 보색으로 범벅이 된 벽마다 내걸린 플래카드를 보면
나의 부러움은 부러움을 넘어 질투로 간다.
우린 언제 이런 거 만들려나...





베를린은 박물관 천국이다.
박물관 천국을 여행 초기에 왔다면 도시락 싸들고 몽땅 다녀봤을 터인데
여행 끝물이라 겨우겨우 버가몬박물관에만 갔다.
버가몬은 고대 터키 땅에서 융성했던 도시국가였다는데
이 곳의 유물을 그대로 들어다 옮겼다.
잔인스럽게...





독일이 프랑스보다 칙칙한 외관을 가지지만 정이 가는 것은
박물관에서의 배려의 덕이 크다.
이들은 "학생"에 대한 예우가 유럽최강이다.
프랑스에서도, 이태리에서도 거절당한 28세 이상은 학생이 아니라는 선고.
독일은 나이에 관계없이 공부하면 학생이다.
요금도 학생요금 적용하고
돈주고 받아야 하는 오디오 가이드가 공짜다...
이건 버가몬에 있었던 신전이라나?





이건 고대 바빌로니아제국의 왕궁 벽이라는데....
느브갓네살이 살던 곳.
이걸 지은 넘들도 대단하지만
저 벽돌 하나하나 뜯어와서 그대로 재현한 독일넘들이 더 대단스럽다.






박물관 한켠은 이슬람예술에 할애를 하고 있다.
솔직히 이슬람 예술가운데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컬리그라프를 보면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코란이 쓰여진 언어라 하여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예술의 소재가 되고 있는 아랍어.
물론 내게 아랍어의 꼴이란 그림이지만...^^





이것두 고대 앗수르제국..혹은 아시리아 제국의 대문이라 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해태처럼 왕국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천상의 존재를 이리 세워놨다.
이리 서있던 무적의 천상의 존재는
적이 쳐들어왔을 때도 "서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지금까지도 박물관에 서 있는 처지가 되었다고....^___^;;






순간 놀랐다.
누가 나의 벗은 몸을 여기에 두었는가...ㅋㅋ




조각의 설명도 보지 않고 정체를 알아버린 그 남자.
바로 소크라테스다.
두상을 보니 키가 컸던 것 같지는 않다.
이 몸에 아놀드슈왈츠제네거의 몸을 붙혀 상상해보자.
상상이 되나?





베를린은 내게 위에서 본 빌헬름교회처럼 개별적인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남긴 도시다.
이 조형물은 전쟁에 스러진 이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건데
쓰러져 죽어가는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Kaethe Kollwitz-Mother and Her Dead Son)
안그래도 쓸쓸한데 이 날은 비가 부슬거려
뚫린 천장을 통해 떨어지는 빗방울이 이 모자의 모습을 더 처연하게 했다.
예술은 거역할 수 없이 가슴에 깊게 아픔을 새겨버리는 잔인한 먼가가 있다.





베를린의 상징인 베를린을 들고 있는 곰~




통일독일 이전에 동독과 서독의 관문 브란덴부르거(Brandenburger Tor)




독일의 심장인 베를린에는
그들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며 사죄하는 의미에서
유태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묘지가 조성되고 있다.
서독과 동독을 가르고 있던 베를린 장벽 가까이에 조성되는 것을 보면
서로의 화해를 지향하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전체 조경과 디자인을 유태계 재미 건축가가 하고 있는데
난 갠적으로 유태인에 대해 가치중립적이라고 자처했지만
이 사람들의 작업들, 디자인, 설계 등을 보면
게르만 민족의 심정도 쬐~끔~이해가 간다.
이 사람들, 참 대단한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인간의 혼을 흔들 줄 아는 민족...





소니센터, 독일철도...
포츠담 광장(Potzdam Platz)주변은 건물은 내가 마치 22세기 정도에 살고 있는 착각이 들만큼 현대적 건물로 빽빽하다.
이 사진 보고야 못느끼겠지만
가서 보면 경악한다.





이미 무너져 버린 베를린 장벽의 조각조각을
시내를 걷다 보면 어렵잖게 보게 된다.
이런 무지막지한 물리적인 벽이
같은 민족의 심장에 드리워져 있었다고 생각하니 숨통이 막힌다.
우리야 철조망으로 얼기 설기 막아놨으니
그 땅을 볼 수 있어 불행 중 다행이다 싶다.
내가 그 땅을 보고 그 땅의 내 민족이 나를 보면
심장의 고동 때마다 같은 피를 쏟아 내고 있음을 그들과 내가 안다면
통일은 멀지 않다...
통일은 멀지 않다....





베를린 장벽이 동서를 가르며 건방지게 서 있던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