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7월 02일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었던 럭셔리한 느낌을 받아서 인지 베니스의 숙소는 오스트리아로 올라가려는 내 발길을 묶어 이틀을 있게 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베니스 혹은 베네치아는 아침에 들어와 밤기차로 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일종의 파격이다.


지난 밤의 더위를 가르는 비로 일찍 들어와서 사진을 정리하고 들여다 보며 보낸 시간이 이미 더 많아진 이번 여행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오는 비가 걱정은 되었지만 이 비와 비록 근사한 레스토랑의 와인은 아니라 할지라도 근사한 맘 먹고 베니스의 유리공예로 빚어진 축소된 샹들리에로 불을 밝힌 이 편한한 방에서 마시는 와인이 입안 가득 포도향을 흩뿌리며 쌉쌀함을 안겨줄 때는 다시 어디로 가야한다는 기본적인 당위마저 무색해졌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금빛 나는 침대 커버를 살며시 들어 사락사락 빛에 말린 린넨 속으로 들어가니 오늘 자면 영영 일어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아침부터 주원이가 일어나서 부산히 움직이는 걸 보니 아침 기차인가보다. 어제 저녁에 산 식빵 하나를 그자리서 몽땅 먹어 치우고 변변하지 못했던 이틀의 동행을 떠나 보냈다.


10시 무렵의 체크아웃 타임에 맞추어 짐을 프런트에 맡겨 놓고 3시간 남짓 남은 비엔나행 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리알토 다리로 향했다. 어제와는 다르게 다소 잿빛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이었지만 체감 온도 만큼은 어제의 기온과 그닥 다르지 않았다.


리알토에서 운하를 보며 시간을 보며 하기를 수분이 지났을까 다시 역으로 갈 생각에 분주한 맘이 들어 호텔로 향했다.
여행을 계속해도 줄어 들지 않은 신기한 베낭을 둘러 메고 노트북이며 카메라가든 가방을 앞으로 둘러메고 터벅터벅 역으로 향했다. 아직 기차시간은 1시간이나 남았다.


눈으로 흘깃 확인한 빈행 기차의 플랫폼에 베낭을 집어 던지듯 내려 놓고 큰 베낭을 의지삼아 앉았다. 멀뚱히 할일도 없고 여기는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것도 왠지 재미없어 보였다. 짧게 은철이한테 전화를 걸어 9시에 도착할 거라고 이야기하고 내내 책을 읽었다.


독서 이매경 쯤 빠졌을 때 내 놋북과 여권...모 귀중품이 들어있던 가방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돌아보니 이태리 양아치가 가방 손잡이를 잡고 1미터는 가던 중이었다. 아뿔싸...눈앞에서 코를 베다니...사람 알길 우습게 아느군...반사적이라고 할 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XX새끼야" 양심도 없이...


하도 어이가 없었다.


다른 사람한테 들은 것 처럼 이 자식들이 웃기만 했으면 먼 일 났을 지도 모른다. 그나마 미안해 하는 안색을 하길래 가방만 되 찾고 말았다...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말야.
암튼, 안전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 이태리...비록 불상사를 당하긴 했어도 전체적인 나라의 분위기는 주워 들은 이 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기차가 힘겹게 힙겹게 오스트리아 국경지역을 달린다. 비도 제법 오는 것이 산이 깊어 질수록 운치가 있다. 이제 4시간 남짓한 시간을 가면 빈에 도착한다. ..모짜르트, 베토벤, 하이든의 도시이며 합스부르크가의 영화가 잠든 곳.

베네치아...이태리의 보석같은 곳이다.
우리에겐 낭만의 곤돌라로, 물위에 떠 있는 도시로 익숙한 곳.
유리공예 가운데 이런 마스크는 즉각적으로인 베네치아를 연상시킬만큼 베네치아적이다.





우리로 치면 행길이다.
큰 길이란 말이지...물위를 다니는 버스를 볼 수 있는 곳...
물론 택시도 볼 수 있당.





리알토 다리.

유럽최초의 목조다리 라고 하던가...
역사적인 사연이 있는 곳인데, 별루 안중요한가부다...
내가 까묵은 거 보니까...^^;;;;







아까 그곳이 한길...그니까 큰길이었으면 이곳은 골목이다.
이런 골목, 골목 우리 곤돌라 아자씨들의 힘찬 노저음과 노래소리 가득하다.




일 전에 비싼 커피 마셨다고 한번 글을 올린 바 있는 바로 그곳.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광장임에 분명한데,
이유인 즉은 미로같이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
이런 넓은 광장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곳을 지나다
갑작스럽게 대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 마태오 광장이다.





보이는 곳이 마태성당이다.
이곳에 가면 징그럽게 많은 비둘기를 보게 된다.





그래서 "쪽수가 많은 쪽이 승자다"라는 논리를 들이대면
이 광장의 주인은 비둘기다.^^;;




이렇게 은빛 쟁반에 커피를 서빙받았을 때만 해도 낭만적이었다지..아마...
한편에선 클래식 연주의 향연이 있고
광장에서 떼지어 나는 비둘기의 공연이 있고
내겐 커피가 있었다.

플라비안...






이렇게 사진찍기 놀이도 했으니까 이 땐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니까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말은 진실이다.
계산서 받을 때 까지는 안 아팠으니까...






성 마태오 성당 옆의 건물인데....까묵었다.
궁전이었나...^^;;;





놀고 있는 곤돌라...
저렇게 놀고 있는 곤돌라가 많은데 타질 못했다.






멀리 보이는 곳이 통곡의 다리라는 것 같던데...
한쪽이 감옥이었단다.
즉, 이 다리를 건넌 후엔 다시 빛을 보지 못했단다.
특수사범용 감옥인가?





엄청 큰 배타구 갈 수 있는 베네치아 근처의 섬, 리도.
이곳에 해수욕장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대략 실망했다는...
우리나라 서해바다 같았다.
동해바다만 같았어두....첨벙첨벙...






그림같은 곤돌라 사진한장...
안 그림 같나?






이런 유리가면이 베네치아의 특산품이므로 기념품 삼아 하나 살만 했지만
넘치는 짐에 주체못하는 여행이어서
끓어오르는 쇼핑욕을 참아냈다지...






피렌체, 베네치아 동행, 주원이.
성은 까묵었다.
이 녀석은 80일동안 유럽을 헤맬 심산으로 날아왔다.
잔잔한 구석이 있어 다소 수도원 모드였으나
듣는 음악은 걸쭉한 힙합이라서 놀래켰던 범상치 않은 녀석.
지금 쯤 돌아왔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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