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8일

월요일 아침 부터 바티칸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 선줄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길다. 뭐가 그리 엄청난 것들을 소장하고 있는지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에서 조차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들어간 후에 본 것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가져다 논 이집트 유물, 그리스 유물과 이 박물관의 자랑인 천장이며 벽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들이다.

시스틴 채플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에는 예술적 안목이란 존재하지 않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압도하는 무언의 힘을 느낄 만큼의 위엄과 역동이 있다.

지면을 통해 가깝게 보던 "천지창조"가 그 높은 천장에 그려진 그림의 일부임을 확인하면서, 그렸을 화가한테도 경의를 표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고 성서의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한장 한장의 장면으로 표현해 낸 것을 보자니 단순한 예술적 영감을 넘어선 성스런 영감이 이 사람들의 손과 붓에 함께 했을거란 확신이들었다.

신학을 공부하는 나로서도 성서의 글자를 이미지화 시킨다고 한다면 이렇게 장엄한 이미지를 생각은 고사하고 시도 조차하지 못할 것이다.

시스틴 채플의 벽화와 천장화를 감상한 후 볕이 따사롭다고 하기엔 너무 뜨거워 늘어지게 하는 대기의 열을 호흡하며 그늘을 찾아 앉아 샌드위치와 벼르고 별러 콜라를 사서 마셨다.

흔하게 마시면서 중독이란 단어를 몰랐는데 유럽 여행 시작하면서 부터 살인적인 가격에 마시지는 못하고 콜라 마크만 보면서 다니다보니 과연 중독성있는 음료라는 사실을 경험한다.

어쨋거나 살려고 다니는 여행이니 먹고 싶은 것 까지 참아가며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 듯 싶어 콜라 한잔을 마셨더니 그 즐거움이란...청량감이 그런 거지 싶었다.

첫날의 실패를 발판삼아 3일을 준비한 포로 로마노로 갔다. 역시 첫날의 당혹스러움과는 다른 의연함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포로 로마노를 둘러봤다. 로마의 영화가 시작된곳...나에게는 바울이 로마로 이송되어 수감생활을 한 역사적인 유적지로 더욱 가슴에 와닿는 곳이기도 하다.

한걸음 한걸음 옮겨가며 이제는 폐허속에서 잠들어 있는 옛 로마의 영화와 사치 가운데 외롭게 고군분투했던 바울의 열심과 헌신을 생각하니 지금의 내 모습은 로마의 사치에 가깝다는 자책이 들었다.

비아 사크라(Via Sacra)를 따라 가면 보이는 콜로세움...물론 콘스탄틴 황제의 기독교 공인이후에 글래디에이터나 사냥대회같은 잔인한 경기는 사라졌다지만 그전에 광기에 찬 황제의 즐거움에 스러져간 순교자의 피로 숙연해질 수 밖에 없고 한편으로는 콜로세움 경기장안에 세워진 십자가를 보면서 또 한번 핍박 속에 빛을 발하는 십자가의 역설을 확인하며 단상에 젖는다.

뉘엿뉘엿 지는 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콜로세움 2층의 기둥에 걸터 앉아서 벤허에서 보았던 순교자의 노래를 듣는다. 고난 속에서 영광을 보는 십자가의 신학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자꾸 이야기가 곁가지로 흐르는 것을 보니 지금 드는 생각들은 따로 정리가 필요할 듯 하다.

어쨋거나 로마에서의 3일은 어느 도시의 일주일보다 나은데가 있었다. 첫날의 기록에도 언뜻 내 비쳤지만 역사를 너무 몰라 역사적인 이야기만 들으면 괜히 차별적으로 우월하게 느끼는게 아닌가 싶은데 어쨋든 로마는 맘에 들었다.

들어오기전에 이태리는 도둑 천지라는 둥 했던 말이 무색할 만큼 안전해 보였고 어느 나라보다도 사람들은 친절했다. 오늘 피렌체로 간다.

"냉정과 열정사이"로 더욱 친숙한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를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

나중에 누가 될지 모를 그 사람과 오기위해 그리스와 남부 이태리, 피렌체의 두오모를 남겨두려 했는데 아무래도 먼저 올라가서 사전답사식으로 훑어 보아야 겠다.^___^;;;



바로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이다.
정면의 건물이 바티칸의 공식 성당...성베드로 성당이고 여긴 입장료가 공짜당(@_@);;




광장을 안고 있는 회랑이다.
규모가 어마어마 하쥐.



성베드로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몇개 있는데
그중에 그레고리우스 문은 25년마다 한번씩만 열린단다.
왜 그런지는 안물어봤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는 베드로의 죽음을 양각한 대문의 조각...
숙연해 진다.





성당에 들어서면 바로 제단까지 이렇듯 웅장한 홀을 만난다
.




한눈 팔지 않고 입구에서 제단까지 걸어가면
다음과 같은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노란 빛을 띄는 스테인드 글라스 처럼 생겨먹은
유리창에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이 것은 유리가 아니라 얇게 자른 대리석이란다.
석양이 지면 이 대리석으로 투과된 황혼빛으로
황홀해지기 까지 하는 비둘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빛이 있으라"
이런게 아니었을까...







장난 끼 발동해서 "UFO"에서 나오는 빛한줄기에 사로잡혀
외계인과 대면을 위해^^;;
한번 이렇게 찍어주니 세계 각국 모든이가 따라한다.
뿌듯~~~^^



성베드로 성당의 좌편에 서 있는 베드로 상...
황금 열쇠가 인상적이다.
뒤로 보이는 성당 윗 부분에 세워진 예수의 십자가에 얽힌 전설 한토막!!!
313년에 로마에서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콘스탄틴 황제의 어머니는 열렬한 그리스도인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전쟁후에 성지에서 예수의 유품을 옮겨올 것을 명령해서
결국 예수의 십자가를 발견하였고
그 일부를 이송해 와서 지금 저기 보이는 십자가를 만들 때
함께 첨가했다 한다.
믿거나 말거나....^^;;;






성베드로 성당은 공짜지만 바티칸 박물관은 안공짜다...TT;;





많은 조각이 박물관에 있으나
다른 박물관의 것과 대동소이하므로 주마간산~~
그러나 내 눈을 사로잡는 조각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거.
부성애를 표현한 조각은 생전 처음 보는 것 같아 신기하여 한장을 박았다.
제목은 물론 모른다.
여기도 이태리말만 죄다 발라놔서...





이 조각의 이름은 안다.
바로 "라오콘"
영화 트로이를 보았다면 마지막에 트로이 목마를 들이지 말 것을 충고하는
사제를 기억할 것이다.
그 사제가 바로 "라오콘"이다.
왕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반대 의견 제시해서 벌을 받았다는데
바른 말 하면 벌받는 건 이제나 어제나 똑 같나 부다...푸헐.







이건 바티칸 박물관에서 보유한 조각가운데 쌍두마차 중 하나인 "벨베데레의 토르소"
세계 각국에서 조각 모아들이기가 취미였던 교황이
팔다리가 사라진 이 토르소를 보고
미켈란젤로한테 팔다리 붙혀달라 했더니
그가 "팔다리가 없는 이대로도 이 조각은 완벽하다"고 찬사했다는 바로 그 조각...
그렇다니, 쬐끔 완벽해 보인다...ㅋㅋ




내 기억엔 여긴 지도의 방이라는 곳이다.
중세이전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의 세계지도들이 온통 범벅





먼저 이 사진을 설명하기 전에
바티칸 박물관 관계자분들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
왜냐믄, 시스틴 성당의 내부는 촬영금지다.
벽화의 특성상 사진을 찍을 경우, 물론 플래쉬 발광할 때 손상을 입겠지만
아예 실수로라도 찍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고 있었다.
그래두...
어쩔 수 없이...
지송합니당...-_-;;




내친 김에 한장 더...^^;;;
안보고 찍은 거라서 일명 몰카..ㅋㅋ
수평이 맞지 않는당.







여기부텀 부록------------------------------------------------



여긴 바티칸 바로 옆에 있는 "엔젤 성"이다.
유사시 이곳은 교황의 은신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바티칸에서 지하통로를 통해 이곳으로 연결되어 있다는데 눈으로 확인은 못했다.
이 성으로 들어가는 이 다리는 프라하의 그 어드메냐...
갑작스레 이름이 기억안나는 그 다리의 모티브가 되었다구 한다. TT;;







이곳은 로마 공학의 백미라 불리는 판테온이다.
뚫린 지붕인데도 비가 오면 내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비의 건물.
내부의 온도에 의해 떨어지는 비를 즉각 증발시킨단다.
멋지지 않은가?







익살스런 분수대...
진지하지 않아서 좋다.
괜히 공공 장소의 조각은 진지해야한다는 선험적 당위가 있기라도 한 것 처럼
진지 일색인 걸 보면 이런 조각은 위화감 없이 친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