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아는 바 없는 분야이고 보니 읽기 전 겁을 잔뜩 먹었더랬다.
의례 저자설명을 잠깐 훑어 본다.
김두식...이름 석자로는 도저히 알 수 없고, 이력을 보니 흥미롭다.
제대로 인생을 멋대로 멋나게 산 흔적이 약력에 묻어난다.


김두식 교수는 현재 교양 법학을 한동대에서 가르치고 계시다하는데
이런 교양이라면 한번 들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법"하면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들고 다니던 영한사전보다 큰 소법전, 대법전을 들고 다니던 선배가 생각나고
감히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정도만 연상될 뿐이다.


저자는 이렇게 생각하는 나의 무지스러움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 소위 법조인들의 잘못이라 하니 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으랴!
법이 가지는 기능, 그러나 우리가 멀게만 느껴 법조인의 전유물로서 국가라는 괴물의 수족이 되어버린 실체를
지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누리자는 것이 교수님이 말씀이시다.


사실, 읽으면서 몰라서 당연스럽게 여기던 것이 진실의 왜곡임을 또한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나의 나이브함에 다시 한번 좌절하고...ㅜㅠ


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당위는 알고 있지만 실제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한 절차와 내용을 알고 있을 리 만무 하니
법은 기본권이 아닌 공부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 된다.
이 특권이 군사정권시절에는 국가에 충성봉사하는 꼬붕으로 국민을 밟았고
그 때 거기서 그렇게 서식하던 종자들이 아직도 정부 요직을 차고 있으니
허울 뿐인 민주주의만 메아리로 듣게 된다.


최근 TV시리즈 "제5공화국"을 보면서
최소한 남아있던 국가와 정부에 대한 동정도 소멸해 버린 마당에
우리나라에서의 법이 걸어온 길을 들여다 보니 이제는 소멸을 넘어 구역질이 난다.


그러나 그 구역질나는 터전을 포기할 수 없어서 김두식 교수는 다시 법을 이야기한다.


그런 건 가부다.
인생이란 것이 부조리하다는 걸 알면서 걷는 건가부다.
나는 신학이라는 붓으로 세상을 그리지만
김두식 교수는 법을 가지고 세상을 그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세상에 대한 답답함, 아니 인간에 대한 답답함이 공명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세상에 대한 그림이니 당연한 거라고 할지 모르지만 누군가와 어떤 의식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전율에 가까운 청량감이 있다.


이렇게 시원하고 깔끔한 책이 있을까?
사족이지만 이 분도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은 듯 싶다.
깔끔한 글은 언제나 그렇듯 어릴 적 독서로부터 나오는 듯 하다.


모처럼 만의 시원하고 유쾌한 분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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