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에 있어서 나무는 동화책 만큼 회화적이고 한국어판에 특별히 삽입된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의 그림이 유치함과 동시에 신선함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나<타나토노트>로 친숙한 작가이지만 내게는 첫만남을 가진 작가이다. 워낙 소설을 안읽는 편이라서...^^;;
내게 소설은 주로 지하철용이다...
문학의 예언적 기능은 인정하면서도 그런 작품을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하철용으로 소설을 읽다가 필받으면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아 읽곤 한다.
최근들어 뇌세포가 경색이 되었는지 전문서적이라고 집중해서 읽고 있으면 단락 단위로 건너뛰며 읽고 나선 무아지경에 빠지는 일이 빈번하다.
한약방에서 말한 건망증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최면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사족이 넘 기니까 여기서 마치고 본장을 열어보자.
<나무>는 책두께에 있어 장편을 가장한 단편모음집이다.
장르에 있어서는 주로 황당무계 SF류 혹은 X-file적인 공상과학서적으로 분류될 만 하다.
그러나 그 이야기 안에 뿌려진 인간사에 통찰이 간혹 관찰되기도 한다.
앞서 분류한 SF라고 이야기 할 때 흔히 떠오르는 우주선이 하늘을 날고 하는 통속적 수준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베르나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가 머리말에서 밝힌 바대로 "꿈"이 그의 작품의 소스가 될 만큼 그 이야기는 기상천외하다.
물론 기상천외한 그의 이야기가 한두번 반복되면서 기상천회 그 자체의 진부함을 느끼게 되긴 하지만 일반화에 익숙해진 나를 위해서는 신선함에 점수를 더 얹고 싶다.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라는 제하의 글은 제 3의 종(種) 혹은 외계적 존재가 인간에 대한 관찰 기록을 우리가 마치 곤충관찰하듯 그려간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인간사에 대한 짧막한 고찰이 묻어나는 내용들이 있긴 하지만 수위가 자못 미치질 못하는 것은기상천외를 선택한 그의 작품전략의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갠적으로 세미(semi-)감동을 받은 장을 소개하면
영화 아이로봇의 메세지를 닮은 "내겐 너무 좋은 세상"
지구가 우주인의 진주양식장으로 둔갑한 "냄새"
전술한 바 있는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우민정치의 풍자로 보이는 혹은 엘리트주의가 권력을 지향할 때 생겨나는 사회메커니즘을 고발한 듯한 "수의신비"
자연과의 의사소통을 내세운 가벼운 환경보호논리 "말없는 친구"
'밑줄 긋는 남자 > 읽어 버린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Alchemist-Paulo Coelho(HarperCollins, 2002) (0) | 2006.06.29 |
---|---|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21세기북스, 2004) (0) | 2006.06.21 |
신의 나라 인간 나라: 신화의 세계-이원복(두산동아 2004) (0) | 2006.06.08 |
키친-요시모토바나나(민음사, 1999) (0) | 2006.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