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두꺼운 책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E-book의 병폐?를 확실히 실감하면서 읽은 책.
이문열의 "사색"이 단상 노트였다면 이 책은 그 단상들을 어떻게 작품속에 용해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가 된다. 요즘들어 TV드라마 속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주제인 연애와 결혼의 분리현상에 관하여 들려주는 작가의 생각은 비록 80년대에 초판을 찍었다고 하기에는 작금의 현상과 많은 부분이 닮은데가 있어 예술적 영감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게한다.

옛 동료교사였던 민화백과 27살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가는 나의 사랑을 기본 구도로 1년 분의 일기형식을 빌어 전해주는 애정관이랄까...
통속적인 소설이 주는 가벼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함이 배어있다.
물론 책읽기는 내가 가진 선이해를 배제하고서 발생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작가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빚어낸 칭찬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역으로 그런 사실을 알기에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읽어내려갔다고 우기고 싶다.

성개방이 진정한 의미의 여성해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경제논리에 따라 여성을 통한 이익을 창출하려는 현란한 광고가운데 가려진 상업적 가치라는데 동의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자연을 통제함으로 이루어진 문명의 찬란한 업적을 찬양하는 인류가 여성의 성에 관한한 통제가 아니라 자연그대로의 상태로 돌아 가자고 하는 것은 왠지 석연치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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