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된 나의 기분을 갉아먹고 좀먹는 비와 습한 곳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를 맡아가며 틈틈히 읽어내려 간 책.
저자에 대해서는 대학교 다닐 때부터 신문 칼럼을 통해 전혀 철학할 것 같지 않은 외모로 철학을 하시길래(물론 이건 편견이구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가부장적 길들여짐을 당한 희생으로 생겨난 것이당) 꼼꼼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제목에 끌려 저자를 확인했을 때 참신한 외모의 저자에 대한 과거의 기억 때문에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 호기심으로 읽어갔다.
한장 한장 넘기면서 느껴지는 공격성(?)은 여지없이 그분에 대한 환상을 깨기시작했고 아이러니 하게도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여성으로 한국에 산다는 것 자체가 버려진 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임을 연민하게 하는 힘을 느끼게 했다.

나는 가부장적이지 않다고,
나는 한국에서의 여성의 위상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그래서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순진하게 가부장적 메카니즘에 길들여 진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며 살았다.

내 속내는 이렇게 지저분한 세계의 유혹에 길들여지지 않았다고 자부했기에 동질감을 느껴보겠다고 읽어간 책인데 부끄러움과 패배감만 잔뜩 안고 책장을 덮었다.

여성을 주독자로 쓴 것 같기는 한데
남성이 읽으면 더 좋을 듯 싶다.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라.
행복은 절로 그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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