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토요일 오후, 참으로 나른해지고 모든 생각과 몸이 이완되어야 할 주말인데 난 오랫동안 그 시간을 긴장을 벗삼아 지내야 했다.
이것저것 출국준비로 분주한 데 준비되는 것들은 없어 답답한 이 때, 청년교사들이 자리를 마련해서 식사를 함께 했다. 하나도 버릴 것 없다는 표현이 내가 만난 이 청년 교사들을 위해 남겨놓은 표현이 아닌가 할 정도로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좋은 기억들만 가득하게 안겨준 청년들이기에 더욱 정이 가고 듬직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더욱 깊이, 그리고 많이 나눌 시간들이 그다지 없었고 나의 나태함이 그런 시간들을 만들지 못한것 같아 죄책도 일고 후회가 될 법한 아쉬움이 있다. 지금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훗날을 위해 남겨둔 것이라 생각하면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일궈낼 열매들을 기대하면서 오늘 자리를 파했다.

기도까지 하면서 준비했다며 건네준 선물도 너무 고맙고, 하루 종일 핸드메이드로 구워 준 쿠키와 만쥬도 너무 고맙다. 늘 고마워해야하는 사랑의 빚진 자의 삶을 청산해야 하는 데, 난 참 이기적이다.

훗날 만날 때는 각자의 자리에서 가꾼 열매를 품에 한아름씩 안고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계획하며 준비하는 모든 일들이 주 안에서 선하고 아름답게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 On the border in 신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