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from 일상다반사 2009. 7. 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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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사임하고 유학준비로 바쁘다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보물처럼 여기던 책도 정리하고,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과감하게 폐지로 분류하면서 '왜 이렇게 소유에 대해서 집착할까'하는 쫌 나름 폼나는 질문도 던져보고...^^

부모님이 많이 아쉬우신가보다. 지금도 함께 사는 것도 아닌데 내심 비행기를 타고 가서 산다고 생각하니 못 만날 데라도 가는 것 마냥 느껴지시는지 가족사진 말씀을 연거푸하셨다. 집집마다 걸려있는 앤틱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찍은 사진들이 못내 부러우셨는가보다. 물론 내 취향으로는 촌스럽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촌에 사시는 분이니까 그런 사진 한장 걸어두시는 것이 그리 무리도 아니다 하면서도 속으로 "촌스럽다"고 생각해 온 사진들을 내 손으로 찍으려니 참 쑥스럽고 어색했다.  급하게 스튜디오를 예약해서 몇 컷 찍으면서 조금 더 준비할 걸 하는 후회가 있었지만 현상되어 나올 사진보다 사진을 찍으며 웃었던 2시간이 더 아름답고 유쾌했다.

본 포스팅에 걸어 놓은 사진 역시 토요일에 가족과 함께 하면서 찍은 두 아들의 사진이다. 공교롭게 똑같은 포즈를 취하던 두 녀석...매일 동생을 야단쳐도 얼마나 동생을 챙기는지..."우리 찬휘"가 습관적으로 찬빈이 입을 통해 흘러나올 때마다 흐뭇하다.

사임하고 첫 주일을 가족과 함께 예배하니 아내는 좋아하는 데 엄밀히 말해서 "함께"도 아니다.
아내는 자모실, 찬빈이는 놀이방, 아빠는 본당. 출발을 함께 했을 뿐 예배는 각각이니 매주 인천을 오갔던 그 때와 다르지 않을 터인데 아내는 "함께" 예배 드렸다고 한다.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는 분명 차이가 있나보다.ㅋㅋ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다 2년 전까지 함께 했던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바로 지난 주에 만났던 분과 같은 편안함이 있었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서 홈커밍데이라도 하자고...너무 반겨주시니 고맙고 또 고마웠다. 홈커밍데이...한번 해 볼까? 그럼 그 때까지 홈을 지키고 계실 분이 있어야 하는데...

'안식'의 풍성함을 누리면서도 내가 서 있어야 할 것 같은 '그 곳'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종일 괜시리 함께 했던 교역자의 핸드폰에 어색한 문자도 보내보았다. 아이들은 잘 있는지...선생님들은 오신 분을 잘 맞이해 드렸는지...궁금해도 전화를 하는 것은 결례인 것 같아 참았다. 내 욕심만 차리는 것 같아서...

저녁식사는 송아 도사님 부모님께서 farewell해 주신다고 초대하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늘 느끼는 거지만 예술하시는 분들의 천진난만과 순수는 사람을 참으로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오늘 가서 안 건데 송아 도사님 어머니께서 대학 대 선배시다. 무려 69학번씩이나...ㅋㅋ 학교 개교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가 아닌가!!

참으로 편안하게, 한국이나 한국이 아닌 것과 같은 어른들과의 허물 없는 대화의 요는 "넓은 사람"이다.
소위 교회다니는 사람들의 "좁음"을 어떻게 넓혀야 할지 고민해야겠다.
나의 주님은 지위고하, 경제적 계층 구분없는 친교를 나누시던 분이 아니시던가!
왜 우리는 그분을 따른다고 하면서 좁아서 벤댕이 소갈딱지라는 별명을 마치 훈장처럼 듣고 살아야 하는가 말이다.

기준없는 넓음은 혼합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아가페적 용서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그분의 삶이고 우리의 삶이어야 한다.

괜시리 일기처럼 적어가던 글이 설득논조만 가득한 글이 되어버렸다.
문제다.
가르치려 들지 마라.
배우려 들라!!!

유쾌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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