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부자백서 - 토머스 앤더슨 지음, 이건 옮김/두란노 |
읽게 된 동기야 어떠하든지 간에 읽고나서 이런 낭패감을 갖게 하는 책이 또 있을까? 제목에서 일단 거부감이 일었고 두란노가 주는 출판사의 신뢰성에 다소간에 의심을 하고 접근은 했는데 뒤통수를 이렇게 치는 책이 있다니 과격하게 말하면 서점마다 다니면서 이 책을 빼서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숨겨놓고 싶다.
재테크를 위한 책이라면 모를까 이 책에 대한 일종의 혐오를 갖게 된 것은 이 책이 크리스천을 대상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저자의 일관된 강박은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이다. 그의 말대로 가난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저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환경은 아니기에 굳이 '탈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자연스럽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구원 속에 경제적 차원이 있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또한 경제적 차원의 구원을 경험하는 데 있어 헌금의 영적인 역할은 논의의 소지가 있지만 동의한다고 치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 경제일반을 공부해야 한다는 그의 유일한 대안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펼치는 데 있어 '크리스천'이라는 제목의 일부분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여기저기 누더기처럼 가져다 쓴 성경구절이 곡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가난을 싫어하는 것에서 오는 부자 강박증에 걸린 사람마냥 성경의 모든 구절들이 투자를 독려하는 말씀으로만 보이는지 모든 구절을 투자를 독려하는 말씀으로 풀고 있다.
청빈을 평생의 모토로 살아간 프란체스코가 저자를 만나면 빙신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저자에게는 홀로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꼬락서니는 부자이셨던 예수님이 보여주신 모습이 아니며 가난은 미덕이 아니라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이므로 빙신이다. 과연 그런가?
내가 웃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예수님이 부자셨다는 그의 주장이다. 동방박사가 드린 황금, 몰약, 유향이 무슨 로또라도 되는지 아는 건가? 친구들도 모두 부자였다고? 십자가를 지실 때 로마 군인들이 예수님의 옷을 찢지 않은 것은 그 옷이 루이비똥이나 되서 그런거라니...
황당해서 주님이 서둘러 오셔서 변호하실 일이다.
기대했던 성서적 경제관은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그에게 성서적 경제관은 투자해서 부자되라. 부자가 아니면 하나님 일도 못한다. 성령의 열매를 운운하길래 부의 분배 문제를 다루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은 성령의 열매 가운데 "오래참음"을 물고 늘어지며 투자를 하려면 인내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독자들을 조롱한다.
부끄럽다. 이 책...
교리가르치는 일은 마귀가 하는 것이라고 서슴지 않는 용기가 부동산으로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있는 돈에서 나온 만용이라면 참으로 딱한 사람이다.
이 책을 보고 부자가 되는 재테크의 소위 테크닉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럼 경제 포트폴리오 구성을 함에 있어 큰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가? 포털 사이트의 Q&A에 질문하면 나올 법한 평범한 이야기가 마치 전략이라도 되는 양 버젓이 꼭지로 등장한다.
저자는 목사다. 경제관을 성서적으로 피력할 수 있겠으나 경제전반에 관한 지식 혹은 투자 테크닉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차라리 투자관련 전문가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돈 주고 사서 읽는 것은 저자의 표현대로 투자와 역행하는 일일터다.
투자에 대해서 긍정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성경 어디에도 부를 나무라지 않는다. 다만 부가 우리의 태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지대하므로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경고 정도가 있을까?
성서해석을 이렇게 마음대로 한 책은 정말 처음이다.
요즘 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 고민하고 있는동안 투자를 해야 한다고 채근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선긋고 가보고 싶은 걸 어쩌랴!
어쨌든 이 책은 크리스천의 서재에 꽂혀서는 절대 안될 금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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