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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 |
장하준 교수의 책은 처음 읽는데 알라딘 서평을 기웃거려보니 상당한 지명도를 소유한 경제학자인가 보다. 하기야 약력을 보아도 경제학의 산실인 캠브리지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니 보통은 아니겠다 싶었다.
제목에서 보여준 비틀기는 시종일관한 이 책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신자유주의 논의는 이미 한미FTA 이전부터 활발하게 진행이 되었고 글로벌 시대의 경제구도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정책기조처럼 회자되었는데 장하준 교수는 말도 안되는 속임수라는 거다. 쉽게 말하면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부자나라의 거짓말을 포장한 경제 용어라고 일축한다.
소시 쩍부터 경제 하면 '시장'의 힘과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하는 애덤스미스의 개념들만 머리 속에 둥둥떠다니니 작은 정부,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가 잘못된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공평한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니 얼마나 이상적인 경제논리인가! 그러나 저자는 이렇듯 당연한 진술에서 과연 '공평'한 경쟁이 가능한가 하고 되묻는다. 소위 시장 중심의 경제를 운운하는 대부분의 부자나라들이 '돕는다'는 명목으로 개발도상국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할 것은 종용하지만 완전히 개방된 시장에서 선진국의 경제주체와 개도국의 경제주체가 공평한 경쟁이 가당키나 하냐는 거다. 그러니 그들은 돕는 척을 하며 개도국을 삼키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자본주의가 마치 시장이 주도한 경제논리인 것처럼 가장하지만 실제 역사는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각종 규제와 정부의 보호 속에서 성장한 경제 논리가 자본주의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19세기 만해도 서구 열강이 산업화로 일어나기 위해 비대한 정부가 각종 규제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경쟁할 능력이 갖추어지기 까지 그것이 짧게는 10년, 30년 길게는 100년이 걸리도록 보호해 놓고선 이제 필살기를 익히고 나니 개도국에는 정부가 크면 안된다는 둥 시장이 경제를 이끌어가도록 두어야 한다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인다는 거다.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신자유주의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역사적 반례로 일관한다. 헛소리말라는 거지.
혼자 힘으로도 겨우 서있는 개도국을 상대로한 시장개방 압력은 있는 놈이 더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왜 이런 짓을 할까?
저자는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옳은 길을 찾아 가는 것은 의도하지 않게 많은 불편한 진실을 직면해야 하고 그것을 넘어야 하지만 그저 쉬운 길만 찾아가면 혹시 만나게 되는 불편한 진실들을 덮고 내 이익은 챙길 수 있지 않겠는가!
인생사 그래서 옳게 사는 게 어려운 게 아니겠는가.
읽는 내내 비판적이다보니 왜 이 사람은 신자유주의에 대해 이렇게 앨러지 반응을 할까 혹은 지나치다라는 생각도 했는데 그 비판이 개도국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꼼수에 말려 그나마 힘없이 서 있는데 주저 앉을까 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에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대단한 것처럼 떠벌리는 국가적 관계 역시 개인 간의 관계에서 발견되는 이기주의적인 꾀의 연장이라는 생각을 하니 한 숨 뿐 인데 그 가운데서도 이렇듯 약자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품고 있는 분을 만나니 마음 한켠이 따스해진다.
한미FTA로 자유무역에 대한 환상을 정부가 끊임없이 심어주고 있고 한편에서는 못살겠다고 농민들의 데모가 끊이지 않아 농산물 남아도는지 알았더니 농산물 자급률이 35%밖에 되지 않는다니 자유무역하면 농산물 시장의 주도권이 결국 남 손에서 놀아나는 거고 안그래도 전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을 걱정 하던 차에 쌀사먹기도 힘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새우깡 가격도 오르고 통계청 가보니 농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대비 두자리수 퍼센트씩 인상되었다.
국가 경제 꾸리는 분들이야 일류 경제학자들이겠지만 장하준 교수는 일류가 삼류보다 못할 때가 있다고도 하니 트렌드 쫓아가다 망하는 1997년 같은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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