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늦게 모텔에서 나와 부신 햇살을 한 껏 들이마시고
토론토까지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에 시내투어를 결심했다.
버팔로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는 중에 영화같은 창고를 발견, 비상등을 켜고 사진을 찍는다.

사실 버팔로가 오대호중 하나인 이리호(Lake Erie)를 끼고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와서 이리호를 안보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무작정 호숫가로 차를 몰았다.




말이 호수지 이건 바다다.
내가 아는 호수의 정의는 끝이 보여야 되는 건데 끝이 없는 걸 보아 이건 바다가 틀림없었다.




몇개의 피어마다 낚시를 즐기는 아저씨들이 손바닥 만한 붕어 비스므리한 물고기를 낚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이 할아버지는 특별히 동행하신 교수님의 사진기에 교수님과 함께 찍히는 행운을 얻어 몸둘바를 몰라하며 사진을 보내줄 수 있겠느냐며 주소를 적어주셨다. 70년대에 한국을 다녀가신 적도 있다고 하신다.
속주머니에서 꺼내드신 몽당연필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로또할 때 색칠하는 연필이 아닐까...지금 갑작스레 생각이 든다^^;




어찌나 큰지 이리호의 100분의 일 정도만 보는대도 반나절이다.
점심도 안먹고 입만 벌리고
"이건 호수가 아니라 바다야"
를 연발하며 이리호 주변을 방황했다.




요트 선착장으로 보이는 곳에 가득한 청둥오리인지 기냥 오리인지
암튼 모여있길래 사진찍을려구 덤비면 도망가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앞으로 나란이 " 사진 한장 건졌다.

배가 고파진 건 이때쯤이다.^^;




시내를 배회하며 주차할 곳을 찾다가 "애라 모르겠다" 주차한곳이
미터기가 고장난 곳...
즉, 경찰한테 걸려두 할말이 있는곳, 안걸리면 공짜..ㅋㅋ





버팔로 까지 왔는데 점심은 "버팔로 윙"을 먹기로 했다.
근데 버팔로 윙인데 윙은 온데간데 없고 다리만 가득이다.
여기선 다리를 윙이라고 부르나 싶어 물어보려 했으나 지나친 호기심은 건강을 해친다는 경험적 진실이 떠올라 참았다.

참고로 "버팔로 윙"하면 왠지 소 날개 같은 느낌이 드는다.
버팔로 윙은 닭 날개다.

사진은 버팔로 시청 건물~




가야할 길이 멀어 시청만 찍고 돌아서서 왔다.
해가 지기전에 토론토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보이는 것이 모두 새로우니 버팔로를 떠날 수가 없었다.

어째든 절제의 미학을 아는 터라 3시쯤 출발해서 토론토에 가려했으나
내 팔짜가 그리 순탄할 수 없음을 또 확인할 일이 벌어진다.

길을 잘못 들었다.
잘못 든줄 알았으면 언능 유턴을 해야하지만
똥고집에 오기로 가득한 열혈남아이기에 1시간 남짓 다른 길을 찾아 가다가 해가 진다.
안되겠다 싶어 군대시절 배운 독도법의 최고봉...물어독도법이 생각나서
주유소에 파킹을 할즈음
"꼼딱 마"...영어로 "stay there"
음...경찰이 와서 무전기로 솰라솰라...그러더니 내게 왔다.
라이센스를 보잔다...ㅋㅋ
이럴 줄 알고 인터내셔널 라이센스를 일부러 보여주면서...
버벅버벅 "아이 컴투 애스크 웨이 투 하이웨이 넘버 나인티 원"
진짜루 이거 한글로 쓰여진대로 읽는 소리로 영어를 했다.
그랬더니 경찰아자씨의 인상이 풀어지면서 천사같은 태도로 길을 가르쳐주면서 조심하라기에
양심있는 청년인 난 정중하게 "아임 쏘리 포 댓"해줬다.ㅋㅋ

어찌되었든 경찰아자씨가 갈켜 준 대루 운전을 해서 토론토가는 길에 접어드니 시간이 벌써 6시가 넘었다.
나이아가라폭포를 미국쪽에서도 캐나다 쪽에서도 보자고 결심하고 옆에 계신 교수님께 미국쪽 나이아가라 폭포 Exit넘버를 확인해달라고 하니까 당차게 한말씀 하시니 "26번"이라신다.
군사부일체, 부모님말씀과도 같은 교수님 말씀이기에 믿고 의지하고
26번 출구를 찾아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웰컴 투 캐나다"사인이 보인다.
왠일인가 싶어 지도를 보니 place of interest...그니까
가볼 만한 곳이 범례로 지도 왼쪽에 나와있고 그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둔 건데 그 번호를 읽어주신 거다.
음...할말을 잃었다.
그래서 캐나다 쪽 밤 나이아가라를 보리고 결심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배는 채우고 볼 건 보자고 들어간 레스토랑...
레스토랑이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 옆에 있어 통유리 벽 밖으로 폭포를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폭포까지 왔는데 스테이크를 먹을 수는 없다 싶고
오기 몇일전에 스테이크로 두끼를 해결한 지라 연어요리를 주문했다.
분위기 구색맞추려면 와인을 곁들여야 했지만
운전한다고 난 콜라마시고 교수님만 와인을 시키셨다.
캐버넷이었는데 향도 좋고 맛도 부드러웠다.





가까이 가니 물보라가 비처럼 쏟아져서 카메라 꺼내기가 두려웠지만 꺼내 찍었다.
웅장한 멋을 내기에는 주위가 넘 어두워 증명사진 한장만...
밤 사진이라서 셔터도 길게 주고 했더니만 그 유명한 "강쇠 배터리" G5도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화면에 배터리 부족 램프가 켜졌다.TT
아직도 찍을 사진 천지인데...음...
역시 내 팔짜란...




이 조명으로 밤에는 나이아가라폭포를 비춘다.
색이 무지개 색이라서 다소 천박해 보이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는대는 한몫을 하는 듯 했다.




12월까지 디즈니랜드 캐릭터로 불꽃놀이라고 해야하나 이런 불꽃장식을
폭포주위 공원에 설치를 해놓았는데 이거 찍다가 카메라가 꺼졌다.

꺼진 카메라를 가숨에 품고 나이아가라를 떠나 토론토를 향해 달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했다.
서울 같은 도시의 분주함이 마치 고향에 온듯한 착각이 들게 했지만
역시나 들리는 말이 꼬부랑이라서 정신 차리고 녹스 칼리지에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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