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평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서평을 쓰는 분을 신뢰하던 터에
오강남 교수가 번역했다고 하기에
"재미"있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다.


주된 내용은
동방교회의 해시키즘 전통에서 흔히 염불행과 비견되는
"예수의 기도"의 수행을
러시아의 한 순례자의 순례를 통해 보여주고
그 효과들을 알려주는 거다.


본서에 등장하는 순례자는
바울의 "쉬지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중에
우연히 "예수의 기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를 수행하며 하늘의 기쁨을 얻는 순례를 한다.


그렇다면 "예수의 기도"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우리가 다 아는 주기도문도 아니고
이의 축약문이라 할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를 끊임없이
3000번, 6000번, 심지어는 12000번을 반복하며
정념하는 기도를 말한다.


그저 주어 서술어 갖추고 탄원하는 기도에 익숙한 서방교회 전통에서는
왠지 사이비같고
불교의 "나무아미타불"을 아는 터라
이 무슨 해괴망측한 기도법이냐고 물을지 모르겠으나
각 종교가 가지는 비슷한 수행법을 감안하면
기도가 소원성취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말그대로 수행, 혹은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고차원적인 의미를 찾는다.


하도 서평을 그럴 듯하게 썼길래
머라도 있을까 하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언젠가 읽었던 기억이 있는 책이었다.
몇페이지 읽다가 원제를 봐야겠다고 들춰보니
"the way of a pilgrim"


그러면 그렇지...
예전에 카톨릭 출판사에서 번역한 "이름없는 순례자"였다.
한때 소외당하고 절판위기에 직면했던 책들...
이 책은 학부 때 겨우 구해 읽었고
함께 읽었던 "무지의 구름"은 절판되어
제본을 해서 읽었었는데
최근에 영성이 온 교회를 휩쓸면서
"무지의 구름"이 재출판되기에 이르렀다...


하기야 트렌드에 맞춰 책이라도 출판해야
영세한 출판업자들도 쨍한 날을 맞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오강남 교수의 이번 번역 시도는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건 좋았다 치더라도
카톨릭 출판사의 깔끔한 번역본도 있는데
재 번역해서 출판한 것은 골리앗 편인 것 같아서 씁쓸하다.


번역을 달리 한다고
내용이 변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책은 유쾌했고 한번 해볼까?하는 맘을 먹게 했으니 석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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