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가운데서도 특별히 회화에 대해 관심을 갖자고 박박 우겨 구입은 했다.
듣는 귀는 있어 앞으로의 시대가 전인격을 요구한다는 시대정신에도 부응할 겸,
IQ지향적 책읽기는 다소 접고 EQ지향적 책을 사보마고 다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소위 "그림책"을 구입하는 것이 쪽팔리다고 느낄 수 있겠는데
일전에 이미 회화 감상을 적은 책을 읽다가 중도 하차한 전력이 있던 터,
무엇보다도 올칼라에 설명 짧막한 본서의 구성은 맘에 쏘옥 들었다.(^-^)V
옥스포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수녀님의 문학적 배경이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더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미학전공자가 쓴 책은 아직은 버겁다.
아직은 이라고 표현했으니까 언젠가는 그들의 글도 읽어내리라는 강한 긍정이다.

본제는 Sister Wendy's Grand Tour다.
저자 서문에도 밝히고 있듯이 Grand Tour는 프랑스에서 연원한 귀한 집 자식들 유럽문화 체험기란다.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체험하고 그들이 활동할 분야에서 체험을 통해 발효된 자신만의 정신을 쏟아부으라는 거창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수녀님은 이 Grand Tour를 BBC의 후원으로 편안히 다니시면서
당신만의 구수한 입담으로 엮으셨는데
이책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그림 설명이 군더더기 없이 짧막하다.
소화제의 도움없이도 소화할만큼의 분량만 적으셨다.
종종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질만큼 짧은 설명도 있다.
그래서 좋다.
그렇다고 내가 이 그림들을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수녀님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이해했다.

다들 어디선가 본듯한 그림들
참 이상한 것은 어디선가 본듯한 그림인데도 진부하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명화라는 건가 부다.
그림들에 대한 설명도 나에겐 이해인 수녀님이 오버랩되는 웬디수녀님의 마음이 느껴져 좋았다.

책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그림에 대한 잔상도 없고 화가에 대한 기억도 없지만
단 한가지 남은 것은
그림 역시 해석을 요구하는 TEXT라는 거다.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보면 정물화나 사진이라는 생각을 한다.
무슨 말인가?
풍경화는 그 풍경을 보면서 그렸을 것이고
인물화면 그 인물을 보고 그렸을 거다라는 무의식적 편견이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다시 화가는 생각없이 카메라대신 붓을 들었다는 무식한 발상의 멍석이 된다.

그러나 수녀님의 설명을 읽다가
문득, "화가는 소설을 쓰는 작가와 같구나"라는 당연한 진실을 깨달았다.
그림안의 사람은 실재하는 사람일 수 있고
작가의 창작일 수 있다는 거다.
그 창작된 오브젝트안에 화가는 그의 영감을 담는다는 거다.
거꾸로 말해볼까?
오브젝트를 분석하면 화가의 이야기가 들린다는 거다.
그의 삶을 보게 된다는 거다.

난 왜 그림을 사진이라고 생각했을까?

수백장의 페이지로 표현하는 작가의 삶을
평생을 고뇌하며 쏟아낸 철학자들의 사상을
한장의 장면에 표현하는 화가...


이 창조성의 근원은 월계관을 들고 하늘의 영감을 전하는 뮤즈로부터
또한 나 이전의 인류에게 남겨준 이성의 소산물들로부터 시작된다고
니콜라 푸생<<시인의 영감>>이라는 작품에서 표현했단다.

창조성을 위해서라도 책은 읽어줘야 한다.^^;;;;
책을 읽자...마니 읽자...ㅋㅋ

씰데 없는 소리 한토막,
세잔느의 그림이 따뜻하고 좋다.
세잔느 그림을 한번 깊게 파야 할 듯...
EQ의 무궁한 고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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