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got him

from Monologue 2006. 6. 16. 18:57
미 정부 대변인이 아침 부터 TV에 나와 기자회견을 하기에 눈여겨 보니 사담 후세인이 잡혔다는 것이다.
많은 기자단에 둘러 싸인 정부대변인의 첫마디가 "we got him"이었고,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무엇을 위한 환호성인가?하는 생각을 하니 섬짓한 감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마치 사담 후세인만 잡으면 정의가 이라크 땅에 펼쳐 질 것이라는 집단 체면이나 환각상태에 있는 사람들 처럼 보였고 사담 후세인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대전제가 은연히 깔려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이 땅에서의 사람이란 이 땅의 관심과 목표에 부합할 때 사람이 되며 그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다수는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기관들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사람이 아니라 "thing"일 뿐이란 생각이 착잡하게 발목을 붙든다.
사담 후세인이 잘한 것도 없지만 사담후세인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해주겠다"고 덤벼들어 이라크 땅 온천지를 쑥떼밭을 만든 미국의 심리는 인간 대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관계의 구도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이 있어 역겹다.

기자회견을 하고 시사 토론 패널들의 오만함은 한 차원 더해서 사담후세인을 잡았으니 우리가 맞은 것이 아니냐?는 동네 패싸움의 파토스를 가지고 애시당초 이라크 공격을 저지했던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난 지금 대강절을 맞이해서 미국 교회에서 배부하는 대강절 성구로 묵상을 하고 있다.
처음 부터 끝까지 평화를 운운하는 일화들과 말씀들 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평화를 운운하는 이 땅이 지구촌의 평화가 부재한 곳이라고 하면 연루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TV를 켜면 "우리동네 몇번째 살인 사건" 이라는 식의 보도가 일상적으로 흘러나온다.
"rebuiding Iraq"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내가 받은 것을 그들과 나눈다는 진정한 화해와 화목의 발로에서 나온 프레이즈라면 좋겠다.
같은 타이틀 아래 보도되는 것은 오늘 우리 병사가 몇명이 죽었다는 등의 기사 뿐이고
결국 이런 보도는 이라크 땅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시켜주는 감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불보듯 훤하다.

정의라는 단어가 더렵혀 지고 있는 이 땅에서 진정한 아모스 선지자의 외침이 그리워 진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2003/12/16 05: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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