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부터 시작한 긴 걸음을 마무리 했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첫날 사역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한 데 이제 제법 연배가 되는 교역자로 후배교역자를 맞고 돌보는 자리에 섰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생님들을 대해야 하고 아이들을 돌보아야하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때로는 잔머리를 굴려도 보고 뺀질거리기도 한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초등학교 학생들부터 시작해서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지낸 4년여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신설부서였던 중등1부에 부르심을 받고 섰을 때의 암담함을 지금도 기억한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나스스로의 깜냥도 부족했던 그 때, 베드로가 주님께서 띠 띄우시는 곳에 서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느꼈을 법한 참담함을 가지고 시작한 사역이 즐겁기는 했겠는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걸으며 씨름했던 사역의 장에서 그렇게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나의 의지와 뜻과는 무관하게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뜻대로 가꾸셨고 알알이 맺히는 열매를 보고 있다.


부족해도 한참을 부족한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힘을 주신 많은 선생님들과의 이별은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목이 메이게 했다. 떠나는 자리에서의 후회는 지금의 공동체를 위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음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현재형으로 만들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한분 한분이 하나님의 가능태로 서있는 중등1부의 공동체 가운데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의 인도가 끊이질 않기를 바란다. 세상을 하나님의 아름다운 소식으로 채워나갈 아이들의 삶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기분좋게 떠나련다.

떠나는 시점에서 주께서 주신 깨달음이라고 한다면, 그리스도인은 말씀 속에서 힘을 얻고 말씀을 통해서 가이드를 받고 추진력을 얻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내가 개혁전통에 서 있어 말씀 강조를 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 시키지 말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난 "말씀"의 바른 이해와 전달, 이를 통한 행동까지를 포함하는 단순한 구조를 세우는 데 평생을 바쳐도 좋겠다는 확신이 든다.
그 일은 자신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깨우는 일이며 깨어진 자아를 통해서 십자가의 예수를 만나는 포인트이고, 십자가의 예수가 부활하심으로 보여주신 최후 승리의 소망 가운데 일궈 가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보게 하는 자리라 생각한다.

부디, 나로 인해 넘어진 자가 없으면 좋겠고, 부족하나마 나의 모습을 통해 도전받고 위로 받은 기억들만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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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애경 선생님의 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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