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면

from Monologue 2006. 5. 26. 22:56
집안 정리 대충 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인도대사관으로 향한다.

지난 주에 갔을 때 몇번 버스를 탔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빨리 오는 버스에 오르마고 다짐하고

81-1이 오길래 무작정 탄다.

오랜 만에 타보는 버스라서 낯설기만 하다.

누가 보면 딴나라 사람이냐고 하겠지만 1년 내내 지하철만 타고 다니니까 버스 타는 때는 가뭄에 콩나

듯이다.

"원래 이렇게 노약자석이 많았던가?"

앞자리의 대부분이 노약자석이라는 표시가 있다.

어느때부터인가 대중교통의 대부분은 일정 좌석을 경로석과 장애자석으로 할애를 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강팍해져 가는 젊은 것들의 행태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양심의 발로에서 실시된 것

임을 알아서일까 한편 쪽팔리다.

문제는 할당된 노약자석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착석하고 나혼자 서있을 경우 경로석이 한자리 비었을 때 생긴다.

그 한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앉을까?...어른들 타시면 일어나면 되지 뭐!"할 수도 있지만

늘 그 어른을 위해 일어서 있곤 한다. 다른 사람이 어찌 생각하건 관계없이...

그건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건 스스로의 양심에 떳떳함을 위한 것일 수 있지만

"합리적"이라는 명목으로 어른이 올 때까지 앉아 있는 것이 낫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대한

일종의 반항심리일 수도 있다. 솔직히 이런 마음이 더 크다.

"합리적"이라는 말이 어느때부터인가 나에게는 그다지 긍정적인 단어로 다가오지 않고

한껏 잘난 인간이 바벨탑을 쌓으면서 지껄이는 자기기만적인 단어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서있었는데 어이없게도 나보다 어려보이는 애가 내앞을 비집고 그자리에 앉고

야 만다.

뒤통수라도 치면서 "노약자석이라고 안보이냐?"라고 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내내 삼키고 만다.

무엇이 옳은 행동이냐 혹은 적당한 행동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부재하고 이미 때지난 합리성을 이유로

안달복달하는 우리네 모습이 처량하기만 하다.

그러면 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라고 따지면 할말이 없다.

결국 난 그런생각하면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도 눈치를 못챘으니까....



2002/12/23 18:15:25에 쓰다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팅  (0) 2006.05.30
별 미친넘 다보겠네  (0) 2006.05.29
가정 또 다른 이름의 행복  (0) 2006.05.26
가정적이다  (0) 2006.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