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 - 8점
톰 라이트 지음, 이혜진 옮김/살림
톰라이트의 포지션에 대한 호의로 시작된 책읽기에서 잠깐 쉬어간다는 느낌으로 읽은 이 책은 톰라이트가 주교로 있으면서 성탄절과 부활절에 했던 설교를 담고 있다. 설교라고 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강의식의 설교이지만 읽으면서 부담스러운 것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설교를 매주 설교할 수 있을까? 하는 일종의 숨겨진 질투심이었다.

신약성서의 각권을 아우르는 그의 설교는 제자도에 대한 성서적 성찰이라고 붙힌 부제에 맞게 짜여져 있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제1부와 우리가 소위 교회에서 듣게 되는 메시지의 상당부분의 왜곡에 기여하고 있는 부활과 천국, 지옥과 같은 개념들을 성서적(유대전승에 기대어)으로 재정리하고 있다. 설교라는 특성 때문에 그 개념이 손에 잡힐 듯 시원하게 파악되지는 않지만 또 한번 복음주의자이면서 사고의 자유를 누리는 그의 목소리에 놀랐다.

특별히 부활의 의미에 있어 '부활'이라는 단어가 주는 역동과 하나님의 창조행위에 대한 설렘을 잊어버린 우리에게 부활이야말로 하나님나라를 이해하는 키워드임을 재차 강조하고 부활의 빛 안에서만 우리의 사명이 추동력을 얻는다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내 신앙의 권태를 일깨웠다.

군더더기 없는 한편의 강의를 듣는듯한 그의 설교가 실제 육성으로 들으면 어떤 파토스가 느껴질지 알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담기에는 다소 딱딱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설교이기에는 딱딱하고 논문집이기에는 너무 간략하다고 하는 것이 이 책의 성격이라고 하면 왜곡일까?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두꺼운 책들을 읽으려 하는데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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