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교육에 속고있다 - 박재원.정수현 지음/스쿨라움(김영사) |
오랜만에 신학 외 서적을 읽은 듯 하다. 본 서는 지갑을 열어 구입했거나 혹은 도서관에서 눈에 띄어 읽은 책도 아니고 우연히 블로그를 타고 다니다가 부모2.0 이라는 포털을 방문하여 얻은 책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공유하고 나누는 장인데 회원가입하면 본 서를 선물로 증정한다기에 얼른 하고 받았다.
'회원가입'이라는 일년의 귀찮은 노력을 쏟아서 그런지 완전공짜가 주는 가벼움으로 책을 던져 버리지 않고 읽어 갔다.
저자는 대치동에서 신화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던 소위 잘나가는 강사였는데 학원 일선에서 만나는 아이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참교육'에 대해서 고민하며 이 책을 썼다고 털어놓는다. '돈'을 포기하고 '가치'를 선택한다는 결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요즘, 책의 내용을 떠나서 저자의 결단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사교육에 속고 있는 실태를 꼬집으면서 저자는 내내 하는 이야기가 이성이 아닌 감성에 관심을 가져주라고 부모님께 부탁한다. 공부의 주체가 부모가 되어버린 지금, 그 틈바구니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거다. 돈과 부모의 학벌이 자녀의 학력을 결정한다고 하는 '환경론'의 허구를 여러가지 자료들과 개인적 상담자료를 들어가며 설득은 하는데 설득이 여간 엉성하지가 않다. 그래도 취지가 가상하니 눈감아 주며 읽어줬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공부의 핵심은 '공부하라'고 요구하는 잔소리가 아니라 그저 자녀들과 하는 수다로 시작되는 정서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정서적 기반 혹은 아이들의 정서를 함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예가 너무 빈하다. 정작 저자의 이야기를 들을 사람들이 부모들이라면 정서를 위해서 무엇을 구체적으로 부모님들이 신경쓰고 챙겨야 하는지를 더 개진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몇가지 원칙적 차원에서 정서 함양의 방법들을 말하고 있다.
1. 격려한다
2. 평가하지 않는다
3. 보람을 느끼게 한다
4. 흥미를 느끼도록 한다
5.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게 한다
이 얼마나 원칙적인 말들인가? 부모가 궁금한 것은 도대체 어디까지 격려하고 어떻게 보람을 느끼게 하며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다.
'흔히 공부하는 놈들 가운데 있으면 공부하겠지'하고 대치동에 보내는 부모님들은 아이가 대치동에서 공부에 흥미를 갖을 것을 기대하며 보내고 대치동을 통해 오르는 성적으로 보람을 느끼기를 바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부모님도 알고 있는 원칙보다는 실제적 각론을 짚어 주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특별히 관심 있는 부모님들 가운데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 것인지 갈팡질팡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 가볍게 읽어보아도 좋을 책이다. 점수를 짜게 준 것은 페이지와 내용 구성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데 있다. 참교육을 기치로 책을 쓰는 것이라면 가격은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책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회원가입을 했다고 '공짜'로 받긴 했지만 구입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미안한 책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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