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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의 신 - ![]()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김태완 옮김/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내친 김에 읽어버렸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고 대짜로 누워 자다가 난데 없이 찾아든 도둑한테 공격이나 당한 듯한 느낌, 혹은 지적 얼얼함을 갖게 한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고 뭔가 틈이 있는데 그게 뭔지를 몰라 안타까워 하던 차에 읽은 책이라 더 만족스럽다. 저자 소개를 잠깐 할까 치면 복음주의진영에서 J. I. Packer이래 최대 지성으로 꼽히는 학자이다. 그의 독특한 이력은 옥스포드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신학으로 전향(?)했으면서도 신학적 사유와 저작 활동이 순수(?) 신학자들보다 왕성하다는 데 있다. 작년에 학교에 와서 미래교회에 대한 전망에 관한 세미나를 이끌기도 했다 |
본격적으로 맥그라스의 반론을 들여다 보면서 분명치 않았던 도킨스의 맹점을 분명하게 볼 수 있어 좋았고 두서없이 적은 만들어진 신에 대한 비평이 맥그라스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흐뭇했다.^^;;
내가 도킨스를 만난 것은 2007년 여름이지만 맥그라스는 그의 과거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같은 분야의 연구자로서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한다. 그 때부터 맥그라스는 과학의 대중화에 나선 도킨스의 출판물들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고 고백한다.
그에 따르면 도킨스는 초기 철저한 과학주의적 입장에 근거하여 과학의 대중화를 도모했지만 점점 과학에 대한 그의 믿음에 근거하여 종교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파이터가 되었다고 한다. 만들어진 신을 읽고 난 나의 느낌과 다르지 않다. 또한 만들어진 신이 그의 저작의 종합이라는 것도 맥그라스가 요목조목 따져 비판하는 그의 이전 저작들의 뉘앙스를 보며 눈치챘다.
본질적으로 맥그라스의 반론의 시작은 다윈의 다윈주의와 도킨스의 다윈주의를 구별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구별은 짐짓 지적인 유희, 폄하스런 말로 하자면 말장난으로 보이지만 도킨스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도킨스의 다윈주의는 다윈주의 자체로서 양산할 수 없는 결론으로 치달으며 그의 주장이 "신념"에 기초했음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놀란 것은 맥그라스의 다윈주의에 대한 해박한 이해였다. 과연 현대 신학자 가운데 이렇게 정밀한 이해는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경이로움과 아울러 부러운 마음도 일었다.
다윈주의는 결론은 결코 무신론이 아니라는 것이 맥그라스의 요지다. 오히려 끝까지 과학적 방법론을 견지한다면 다윈주의를 세계관으로 확대했을 때 '불가지론'이 오히려 더 과학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도킨스는 모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다윈주의를 통해 세계가 설명이 될 수 있으니 '신'은 없다가 맞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맥그라스는 도킨스가 가진 '신앙'에 대한 정의가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다. 도대체 '신앙'을 도킨스 식으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믿는 눈먼 신뢰'라고 정의하는 근거가 어디인가 묻는다. 도킨스가 과학에 대해서, 과학적 방법론에 대해서 절대 신뢰를 한다면 그의 주장은 과학적 방법에 근거해야 하는데 그의 이같은 주장을 도대체 어디에 정초시킬 수 있는가를 묻는다. 물론 도킨스는 이 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마치 '이기적 유전자'가 태고적 부터 가지고 있던 이 같은 정의를 2000년대에 유전자의 확장형인 도킨스의 뇌에 표현될 수 있도록 한 것 마냥 당연시 한다는 것이다. 이게 과학적 방법인가? 그가 혐오하는 신앙의 모습이 지금 자신에게 해당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맥그라스는 유전자의 유비로 도킨스가 고안한 문화 유전자의 단위, 밈(meme)을 같은 이유로 논박한다. 이 유비가 정당하다는 근거 없이 밈을 상정하고 세계를 설명하려 시도한다는 말이다. 도킨스의 논증이라는 것이 여기까지다.
그럼 왜 도킨스의 책을 읽으며 소위 무신론 신자들은 열광하는가?
내가 만들어진 신을 읽으면서 폭력적이라고 하는 부분, 혹은 긴장하지 않고 읽으면 위험하다고 하는 부분에 무신론 신자들은 열광할 터인데 그부분을 명료화 하기가 힘들었다. 바로 이부분이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맥그라스의 지적이었다. 바로 도킨스의 레토릭이 그것이다. 그의 수사법은 철저한 과학적 진리를 과학적 방법에 근거하여 보여 준 후에 그 결과에서 추론 된 명제들을 가지고(보통 이 명제들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설교를 한다는 것이다. 그 설교의 근거는 앞서 펼친 과학적 주장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들 뿐이다. 그러니 독자가 긴장하지 않으면 과학적 진리를 이야기하는 부분과 그의 설교를 구분하지 못해서 하나로 보며 심한 상처를 받게 되는 거다. 무신론 신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도킨스의 해박한 과학적 지식에 놀라고 그들이 평소에 악감정을 갖고 있는 종교인들의 행태를 근거로 '신'은 없다고 설교하니 '아멘'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면 도킨스는 천재적 재담꾼이다.
근거없는 도약과 실험없는 결론과 가정을 가지고 '과학'인 양 꾸미는 데 듣는 사람이 구별할 수 없게 하는 마법같은 수사학을 구사하는 말꾼이다.
물론 맥그라스의 비판이 전부는 아니다.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에서 이미 이 책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적어도 맥그라스는 신학이 "신비에 대한 합리적 수고"인 것 처럼 과학 역시 마찬가지이며 같은 일을 함께 하는 말벗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학자라면 이런 겸손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하나의 과제라면 과제가 생겼다.
분명 과학은 신학과 대립되거나 서로 관계 없이 양립하는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한 관계라는 입장이 대세인데 아직 교회는 과학 따로 신학 따로인 채 중세시대 속에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창조론 VS 진화론 구도를 아직도 고집하는 교회에서 이에 대한 창조적 대화를 시도한 학문적 성과들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 관심은 나의 관심이기도 하며 나에게 던져진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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