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추억

from Monologue 2007. 10. 24. 00:07



찬빈이가 몰라보게 살이 붙고 옹알이도 찰지고 몸무게도 부쩍 늘었다. 물론 이에 비례하여 활동량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찬빈이의 거침없는 집안에서의 모험때문에 맘 졸이기를 수십번 해야 하루 해가 가고 잠자리에 들지만 난 이 녀석의 이 명랑 쾌활(기분 나쁠 때는 극성이라는 전문용어가 튀어나오기도 함)한 성격이 나쁘지 않다.
남들은 장난끼있는 얼굴, 혹은 심술궂은 얼굴이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여 흔히 '카리스마 있는 얼굴'이라고 완곡하게 표현들을 하더라만 난 장난끼가 있다는 말도 나쁘지 않다.

아빠로서 내가 갖는 바람은 그 장난끼, 혹은 그로 파생되는 애교와 사교성이 성인이 되어서 까지도 지속되는 것이다.

요만큼 살아보니 세상은 만만치도 않고 가는 곳마다 냄새나는 곳 천지이고 그렇다 보니 우울해지기 십상인데 그 가운데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난끼를 가지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면 그 어찌 축복이 아니겠는가!

난 찬빈이가 그렇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추악한 이 세상의 면모를 보아도 주눅들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사무엘하를 읽으면서 이제나 저제나 사람이 자기 탐심의 굴레 속에서 평생 살다가는 측은한 우리네 인생의 단면을 보아서 그런지 찬빈이는 오히려 그런 세태를 초연한 채 사는 이 세상에 살지만 이 세상 사람이 아닌(in but not of this world) 그런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 Inger Ma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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