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하다

from Monologue 2006. 6. 16. 18:55
이제 한달 남짓한 시간을 보냈다.
미국이라고는 하지만 한국분들과의 풍성한 교제로 전혀 실감나지 않는 미국생활.

온지 2주되었을 때 현지교회로부터 부탁받은 한국교회에 관한 강의라고 해야하나? 암튼 15분짜리 발표를 하고야 말았다.
차라리 한국어로 해야하는 거였으면 더 부담되었을텐데 영어로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에 쾌히 승낙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다들 모르는 사람이라 부담이 없다...ㅋㅋ 미리 부탁을 받고 서도 벼락치기의 버릇은 역시나 남줄 수 없어서 토요일 저녁이 되서야 원고를 쓰고 한 번 읽어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리 정확하게 15분을 맞춰 썼을까? 스스로 기특해하면서...
그러나 내가 쓰고 읽은 거 였지만 내용이 난해하다 못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으나 다시 쓰기에는 이미 늦어버려서 "주여, 역사하실 줄 믿쑵니다"하구 자버렸다.

픽업하시기로 한 장로님이 친절하게 학교까지 오셔서 가는 길에 30여년을 콩고에서 선교사로 사역을 하셨다는 말씀도 듣고, 한국에도 와보셨고, 한국 선교에 관해 읽으신 책들을 말씀하시는데 아차 싶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내가 젤루 많이 알거라구 생각해서 대충대충...뻥도 약간 섞어서...아...후회하기엔 너무 때늦은 시간.

스피커는 나를 포함해서 3명.
처음 스피치를 하셨던 분은 여기에서 집없이 노숙하는 분들이나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돌보시는 분이었고, 내가 두번째...
모르는 사람이니 떨릴 일도 없이 꿋꿋하게 읽어나가기를 10여분.
바로 앞에 앉아 있던 교우, 다소 초점없는 시선으로 봐서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분으로 사려되었다. 문제는 10여분 스피치가 정신없이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무렵, 민망하게 입을 크게 벌리더니 하품을 해버렸다. 아....아득해졌지만...
예배시간에도 맨앞에 앉아서 하품하는 거 보고 나름대로 위안을 받았다.ㅋㅋ

3번째 스피커는 콩고에서 40여년을 선교사로 사역하시고 지금은 은퇴하신 분이셨는데 그 먼 기억을 떠올리시며 굵게 패인 주름사이로 눈물이 스미는 것을 보았다. 40년을 콩고에서 사역하신 것도 내게는 대단해보였는데 당신의 사역에 대한 후회때문에 눈물을 보이시는 걸 보니 너무 부끄러웠다.

마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잘했다고 많은 걸 배웠다고 코멘트를 하셨지만 준비가 성의없던 것을 내가 알기 때문에 더 부끄러워졌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만 무식하면 무모하다는 말이 더 적절할 듯 하다.
무모한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하는데...

착찹함으로 돌아오는 길에 픽업해주신 장로님과 식사를 맛나게 하지 않았다면 하루종일 우울했을 텐데 그나마 맛나는 점심을 사주셔서 원기회복하고 원상복귀했다.

제대로 믿고 제대로 헌신하고 제대로 살다 죽자...


2003/10/06 23: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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