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from Monologue 2010. 5. 12. 15:09
기말로 분주한 도서관을 피곤한 몸과 정신을 부둥켜 안고 나설 때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어둠 속에서 그 존재를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향기를 통해 교감하고 이 도서관을 나서는 모두에게 좋은 선물을 잠시동안 이나마 안겨주는 이 꽃향기가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장신대 교정을 나서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곡동 고개길의 어디 즈음, 라일락 꽃향기에 슬며시 웃었던 그 밤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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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우리는 시각의 공해 속에서 살아가며 시각이 주는 기쁨에 둔감해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둔감해 지는 것 보다는 시각의 공해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상해야 할 시각이 질식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후각은 아직 본디 가지고 있는 그대로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듯도 하다.

몇초도 안되는 시간 동안 맡은 꽃향기는 몇년의 세월이 지난 그 어느 날 밤의 잠깐의 기억을 지금 꺼내 보여줄 만큼 힘이 있다.

우린 참 후각이 주는 기쁨과 신비를 아주 많이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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