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리스터 맥그라스 외 지음, 전성민 옮김/살림 |
"만들어진 신"에 대한 본격적인 반론서의 성격을 가진 이 책은 도킨스의 핵심적인 잘못을 꼬집는다. 그는 극구 아니라고 손을 가로저을지는 몰라도 "만들어진 신"에서 보여준 투사의 모습은 그가 손가락질 하는 근본주의적인 종교 집단의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종교만 없으면 폭력없는 유토피아가 올 것 처럼 순진한 생각을 가진 도킨스는 무신론만이 가장 합리적인 인간공동체를 이루어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가 지금까지의 과학계의 이론들을 무시하고 독단과 독선 속에서 쏟아놓는 선동적 발언들은 결국 그들을 짓밟는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도킨스는 말한다. "만들어진 신을 읽기 전 회의론자였다면 이 책을 덮을 때는 무신론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어떤 의미에서 회의론자는 없고 무신론과 유신론만 존재한다는 이분법 도식에 맞춰보면 그의 말은 무신론자였던 당신의 확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쯤이 될 것이다. 무신론적 세계관의 다지기용으로 적었다고 보는 것 합당하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으로서 그리고 대학시절 종교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종교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근거없는 비판일색인 만들어진 신에 저으기 우려하고 있었는데 사실 인터넷에 올라오는 book review를 보면서 이 책을 읽고 무신론자가 되는, 저자에 의도에 부합하고 있는 독자는 이전부터 무신론자였다는 생각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거품물고 도킨스를 비판하는 것이 어찌 보면 자기 신앙이 망상이라고 주장하는 도킨스가 참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에서 시작할 수 있는 방어기제라고 볼 사람들도 있겠다.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부분에 있어서 철저하게 자유롭다. 분명 나는 종교로 인해, 나의 신앙으로 인해 도킨스가 피토하는 폭력을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오히려 종교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무수한 예들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맥그라스 역시 도킨스의 무신론적 세계관은 포이에르 바하나 프로이트와 궤를 함께 함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도킨스의 입술에 오르내리지 않는 것이 더욱 놀랍다고 한다. 왜 안 그렇겠는가? 이미 그들의 무신론적 주장은 비판 받아 침몰한지가 벌써 100여년인데... 맥그라스는 "만들어진 신"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는 책을 쓰는 것은 "만들어진 신"만큼 지루할 것을 염려하며 과학 아니면 종교라는 식의 이분법적 세계관(이것은 세계관이라기 보다는 망령이다)을 폭로하고 그의 주장이 얼마나 과학계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교조적인지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화의 진을 모른다고 창조론자로 대표되는 기독교를 무지하게 본 것은 기독교에 대해 무지한 그가 신학을 혹은 성서를 논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고 도킨스의 종교에 대한 비판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 폭력을 정당화하는 종교, 광신으로 인한 일상적 생활의 포기 등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요는 그의 종교 비판의 결국이 종교는 쓸모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며 쓸모 없음을 논증하기 위한 증거들이 너무 편파적이라는데 있다. 그가 그토록 주장하는 과학과는 거리가 먼 연역적 추론을 통해서 만든 그의 결론은 또 하나의 세계관이다. 무신론적 세계관이 합리적이라거나 맞다는 판단은 설명되어져야 하지만 그의 주장은 이미 이 주장이 선험적 참 명제로 자리하고 있다. 도킨스는 무엇때문에 이토록 종교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게 되었을까? 난 그게 궁금하다. 누가 봐도 뻔한 상상속의 개념들을 끄집어 내서 종교에 대해 이토록 끝까지 집착하는 그의 세계관에 대한 맹신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소위 무신론자들은 자신의 입장은 이것이다 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니러니 하게도 가장 합리적이라는 그들은 무엇때문에 호전적인 자세로 종교인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인가? 합리적이면 폭력의 폭자만 들어도 부들거려야 하는 게 아닌가? 적어도 도킨스의 논지는 그렇지 않은가! 참고로 만들어진 신을 읽었던 독자들에게 부탁하건대 비판적 글읽기란 결국 이 책의 이면을 함께 읽어 자기의 것으로 숙성시키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 한 권을 읽으며 그 책이 세상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한 생각이 또 있을까? 도킨스를 비판한 문화비평가이자 문학비평가인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의 서평을 보는 것으로 리뷰를 일단락해 보자. "생물학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유일하게 "영국의 조류"(book of British birds)인 사람이 생물학에 대해 장황하게 지껄이고 있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러면 신학에 대한 리차드 도킨스의 논의를 읽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대충 알게 될 것이다"(p.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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