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바람 앞에서 요동하는 수풀처럼 흔들렸다" (7:2). 한 나라 상대하기도 벅찬 데 두 나라가 협공을 한단다. 예루살렘이 아무리 난공불락의 도시라 해도, 두 나라의 협공을 버틸 재간이 없다. 바람 앞에 서 있는 풀이 꼿꼿이 서 있을 재간이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이 언제 꼿꼿했던 적이 있던가? 

늘 바람은 잘 날이 없다. 그 바람에 꼿꼿하면, 부러지기만 한다. 바람 부는대로 몸을 휘저으면, 조금 잦아 드는 바람에 숨은 쉰다. 그렇게라도 살려니, 늘 관심은 바람이다. 바람의 방향이다. 행여라도 바람을 거슬러 흔들리기라도 하면, 위기다. 순응이 버티는 지혜고 사는 지혜다. 

이게 우리의 삶일까? 내내 바람만 쳐다보다 그 바람에 이리 눕고 저리 눕다 영 일어나지 못할 때, 스러지는 게 우리 인생일까?

"타다가 만 두 부지깽이에서 나오는 연기"

수풀을 요동하게 하는 그 거센 바람이 부지깽이라고? 내가 지금 눈이 쓰리고 아픈 건, 다 타버린 부지깽이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이라고? 타 없어지며 내뱉는 연기 때문이라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저 영원할 것 같은 거센 바람이 어떻게 부지깽이일 수 있지?

시리아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누구인가? 르신이다. 에브라임에서는? 고작 해야 르말리야의 아들이다. 고작이라니...우리가 죽을 수도 있는데...

선지자가 조롱하며 묻는 이 지문은 "당신의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은 누구인가?"를 묻게 한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누구지? 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이가 누구지?

"너희가 믿음 안에 굳게 서지 못한다면, 너희는 절대로 굳게 서지 못한다."(7:9). 그렇다. 바람 부는 대로 누워 사는 순응의 삶은 사는 게 아닌거다. 그건 연명이다. 거센 바람을 부지깽이로 볼 수 있는 깡있는 강직함으로 사는 게 사는 거다. 부는대로 살면, 편하다. 연기에 눈을 비빌 필요가 없다. 애꿎은 눈물을 흘릴 일도 없다. 근데, 그게 사는 게 아니다. 삶은 누워 사는 게 아니라 서서 사는 거다.

연기와 싸우지 말자. 바람만 쳐다 보고 있지 말자. 눈을 맵게 찌르는 연기가 영원할 것 처럼 두려워 하지 말자. 한 순간이라도 곳곳하게 서서 살아가려면, 우리 집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누군지 알면 된다. 우리집 아빠가 제냬들 "아무 것도 아니야" 하는 소리를 주워 담아 살면 된다. 그 소리듣고, 바람 앞에 한 번 곳곳이 몸을 세워 보자. 그 바람이 날리는 머리칼의 멋에 취해 보자. 아빠 믿고 서 보자. 흔들리겠거든, 삽질해서 더 깊이 파들어가 다리를 묻어보기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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